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인적 쇄신과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이 대통령의 구상은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갈 길을 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의 고민은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발언에서 묻어난다. 이 관계자는 6일 7∙28 재보선 이후 청와대 및 정부 개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필요에 따라 개각 등은 하겠지만 선거 패배라는 상황 논리 때문에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성찰할 부분은 성찰하겠지만야당 요구대로 대폭적인 인적 쇄신과 전면적인 국정운용 기조 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각 총사퇴 등을 주장하는 야당 요구에 따를 경우 국정 운영은 일관성을 잃은 채 표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관계자는 "사람이 바람을 잡겠다고 쫓아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섣부른 인적 개편이 정권 차원의 권력누수를 부를 수 있다고 걱정하는 눈치이다. 이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2006년 지방선거에 참패한 노무현 정부가 "선거는 당이 치르는 것"이라며 인적 쇄신을 하지 않았던 전례를 거론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여기서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도 역풍 가능성을 의식해 매우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깊이 성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역풍을 잠재우고 정국을 리드하기 위해 '친 서민 중도 실용'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과 약자를 챙기는 행보로 민심을 다독이고 수세적인 입장에서도 벗어나겠다는 구상이다.
또 천안함 사태 등이 마무리된 뒤 개헌, 정치개혁, 검경 개혁 등 사회시스템 선진화 문제를 제기할 경우 국면이 역전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현재의 국정 기조를 이어갈 경우 야당에 밀리면서 7 28 재보선에서도 상당히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청와대가 적절한 시점에 나름의 쇄신 카드를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