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장을 계기로 '한화생명'으로 개명하려던 대한생명의 시도가 2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화보다는 대한이라는 이름의 공신력이 더 높다'는 예보의 반대 논리인데, 일부에서는 소수 지분을 가진 정부의 경영간섭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 앞서 예보에 사명 변경 의사를 타진했으나, 예보가 거부 입장을 보여 이달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하지 못했다. 예보 관계자는 "한화생명보다는 대한생명의 브랜드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 주주가치를 고려해 현재 브랜드를 유지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생명 관계자는 "자체 조사에서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하면 한화생명의 이름 값이 대한생명보다 나은 것으로 나왔지만, 24.75%라는 무시 못할 지분을 보유한 예보의 입장을 존중해 안건을 보류키로 했다"고 말했다.
대한생명 사명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대상으로 7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안건. 업계에서는 우호지분이 55%에 이르는 대한생명이 '표 대결'을 강행한다면 이름을 바꿀 수도 있지만, 정부와의 관계를 감안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명 변경은 상장 후 주식 보호예수 기간(6개월)이 끝나 예보가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는 올 9월 이후에나 추진될 전망이다. 대한생명은 이와 별도로 예보에 대한 설득 작업도 계속할 입장이다.
한편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 후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상장까지 마쳤는데도 정부가 사명변경 같은 경영 활동에 제동을 거는 것이 합당한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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