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3일 기자회견에서"서울 지역에 자율형 사립고를 추가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행 상위 50%로 제한된 자율고 입학 요건을 없애고 일반고의 3~4배 수준인 등록금도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다음 날 서울 강서구의 한 중학교를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도 곽 당선자는 "외고 등 특목고나 자율가 입시 교육에 몰입돼 있는데다 등록금도 비싸다"며 "이들 학교가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된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축소ㆍ폐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 당선자가 현행 자율고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서울형 혁신학교다. 곽 당선자는 "소외 지역을 중심으로 300여개 혁신학교를 지정해 집중 지원할 것"을 선거 기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자율고를 제한하고 혁신학교를 만들겠다는 곽 당선자의 생각은 내년까지 자율고를 100개 더 늘리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이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자율고 어떻게 되나
곽 당선자가 자율고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자율고 추가 지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자율고 지정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율고의 지정 주체는 교육감이므로 교과부가 추가 지정 지침을 내려도 교육감을 구속할 수 없다.
하지만 기존 자율고의 지정 해제와 입학 요건 및 등록금 변경은 교육감 권한 밖이어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미 지정된 자율고의 경우 파행 운영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교육감이 임의로 지정 해제할 수 없어 서울시 교육규칙에 따라 5년간은 유지된다"며 "지정을 해제하려면 교과부와 협의를 거쳐 해당 학교의 동의를 구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성적 50% 이상 학생들을 상대로 한 입학 요건과 자율고 높은 등록금도 지정 당시 해당 학교의 자율로 명시돼 있는 만큼 교육감이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 교과부의 해석이다.
곽 당선자 측도 6일"자율고에 대한 입장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의 원칙을 표명한 것"이라며 "기존 자율고에 대한 지정 해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는 어떤 곳인가
혁신학교는 학급당 인원을 줄이고 학교와 교사의 수업 자율성을 보장해 학습자 중심의 맞춤 교육 과정을 이룬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경쟁보다 인성을 강조하고 교과와 교과를 넘나드는 공동수업과 교환수업 등 다양한 실험이 시도된다. 경기도교육청이 16개 초등학교와 11개 중학교, 6개 고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운영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는 학교 모델이다.
곽 당선자 측은 혁신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초등학교 25명, 중ㆍ고교 30명 이하로 줄이고 예술인 학자 기술인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전문가들과 연계해 특화한 방과후수업을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할 방침이다. 또 혁신학교에는 연간 2억원의 많은 예산이 지원된다.
어떤 학교가 혁신학교 되나
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가 혁신학교로 우선 지정된다. 그 요건으로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은 학교,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학교, 지원 기피 지역 학교 등이라고 곽 당선자 측은 설명했다.
곽 당선자는 "명문이라는 간판 없이 모든 학교에서 동일하게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학교 선택권 대신 학습 선택권을 주고 모든 학교에서 수월성 교육과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혁신학교 지정 원칙을 밝혔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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