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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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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첫사랑

입력
2010.06.0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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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내 삶은 방금 첫 꽃송이를 터뜨린

목련나무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

황금의 시냇물 같은 것이었다

푸른 나비처럼 겁먹고

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에 눈을 파묻었을 때

내 안에 이미 당도해 있는

새벽안개 같은 음성을 나는 들었다

그 안개 속으로

섬세한 악기처럼 떨며

내 삶의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곧 날이 저물었다

처음 세상에 온 별 하나가

그날 밤 가득 내 눈썹 한끝에

어린 꽃나무들을 데려다주었다

날마다 그 꽃나무들 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일 때문에 아프리카에 갔다가 노을을 봤습니다. 해가 진 뒤에도 그 잔영은 얼마나 뜨겁게, 또 얼마나 오래 가던지요. 해가 떨어지자마자 보이는 별이 하나 있더군요. 금성이었습니다. 금성은 꼭 처음 빛나는 별처럼 거기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니 하늘은 여전히 아래는 붉고 위는 푸른가 싶은데 더 많은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도 모르게 아름답다는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죠. 그런 저녁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처음이란 모두 그렇게 아름다운 것일까요? 그럼 한 번은 누군가의 첫사랑이기도 했던 우리도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겠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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