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8일J(62 서울 강동구)씨는 느닷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응급환자이송단원 3명에 포박된 뒤 한 시간여 떨어진 정신병원으로 끌려갔다. "내가 왜 정신병원을 가느냐, 나는 멀쩡하다"고 고함치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내인 Y(51)씨와 아들(30)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시켜달라는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윤씨는 앞서 정신병원을 찾아 강제입원절차를 문의한 뒤 아들을 설득, 동의서를 작성토록 했다. 병원에 도착해서야 이를 알게 된 J씨는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퇴원을 요구했으나 두 사람은 아예 연락을 끊어버렸다.
다급했던 J씨는 병원에서 허벅지를 흉기로 찌르는 자해를 한 후 외과병원으로 옮겨지자, 친동생과 딸에게 연락을 취해 입원 13일만에 병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아내 Y씨가 아들의 혼인을 앞두고 남편과 이혼을 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벌어졌다. 공무원으로 수십년을 근무한 J씨는 퇴직한 후 오락실 등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을 결심한 Y씨는 지난해 초 남편 몰래 자신의 명의로 돼 있던 시가 10억원 상당의 집을 팔았다. J씨 몰래 이사를 하려던 Y씨는 외출한 남편이 일찍 돌아오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다.
이에 J씨는 Y씨에게 10억원 중 5,000여만원 정도를 떼서 혼자 살 수 있는 전셋집을 얻어 달라고 요구했으나, Y씨는 '그간 진 빚과 아들 혼인 비용을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Y씨는 대신 남편에게 2,500만원 상당의 원룸은 구해줄 수 있다고 했다. 수 개월동안 재산분할과 관련해 남편과 합의가 안되자 급기야 Y씨는 J씨를 떼어 놓기 위해 정신병원에 감금하기에 이른 것이다.
병원을 빠져 나온 J씨는 아내와 합의를 시도하다가 결국 올 1월 아내와 아들을 공동감금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했다. 재판에 회부된 Y씨는 법정에서 "남편은 젊어서부터 가정에 소홀했고, 자주 손찌검을 했다"면서 폭력적인 남편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장찬 판사는 공동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된 Y씨와 아들에 대해 각각 징역 8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Y씨는 이달 3일 항소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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