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에 나타난 표심을 분석해보면 한국 정치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세대교체 바람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40대 광역단체장후보는 정치권 격변을 이끄는 차세대 주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20, 30대 젊은층의 적극적 투표 참여와 이들의 결집 현상이다. 셋째는 과거에 비해 지역주의 위력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지역감정이 옅어지면서 계층 투표 징후도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정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일단 정치권에 40대 차세대 주자들이 대거 등장한 대목을 주목하게 된다. 민주당 송영길(47세ㆍ인천) 안희정(45세ㆍ충남) 이광재(45세ㆍ강원) 한나라당 오세훈(49세ㆍ서울) 당선자 등 40대 광역단체장 당선자는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정치권 세대교체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40대 정치지도자의 급부상은 세계적 트렌드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야권에 확고한 차세대 리더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40대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은 앞으로 더 큰 꿈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지역주의가 옅어진 점도 눈길을 끈다. 각각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텃밭으로 알려졌던 경남과 충남에서 무소속 김두관 후보,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당선된 것은 지역주의 퇴조를 보여주는 사례다. 부산에선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4.6%나 얻어 2006년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24.1%) 때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13.4~18.2%를 득표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3.9~7.8%를 얻었던 것에 비하면 10% 포인트 정도 지지가 늘어난 것이다.
지역주의 완화로 인해 계층 투표 행태가 좀더 두드러졌다. 서울의 강남권 등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 서울시장선거 판세를 좌우한 부분도 특징적이다. 이는 부자와 서민, 보수와 진보에 따라 지지 정당이 나뉘는 서구식 계층 투표의 한 단면으로 볼 수도 있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이미 부자들은 한국에서 계급투표를 해왔지만 서민들은 계급과 지역주의 투표가 섞여 있었다"며 "아직은 지역이 소득 요인보다 영향력이 크지만 변화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20대와 30대의 표심이 선거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특징이다. 개혁∙진보 노선과 야당 지지 성향이 높은 젊은층이 결집하는 현상을 보임으로써 야당이나 진보 성향 정당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강화됐다.
젊은 세대의 정치 정보 습득 채널이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방송이나 신문 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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