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면서 자연스럽게 2012년 총선과 대선 전망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2012년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시계(視界) 제로'가 됐다는 뜻이다.
지방선거 직전까진 '한나라당 대세론'이 정치권을 지배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뒤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고공 행진을 계속했다.
여기에 야권이 대안 세력으로서의 능력과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점, 잠재적 대선주자 그룹 중 유일하게 지지도 20~30%를 유지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여권에서 버티고 있는 점 등은 그런 대세론에 더욱 힘을 실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10년간 지속된 진보 정권을 교체한 보수세력이 만든 정권이 최소 10년은 갈 것"이라고 자만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민심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고, 정치는 생물이라는 명제가 재확인됐다. 또 진보∙개혁 진영의 표가 결집하고 20, 30대 젊은층의 투표 참여율이 높아지는 등 정치지형 자체가 바뀌면서 앞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4일 "극심한 반노(反盧) 정서 때문에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으로 쏠렸던 민심이 이제는 평정과 균형의 상태로 돌아간 것 같다"면서 "특히 중도 성향의 수도권 40대 유권자를 붙잡지 못하면 언제든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재입증됐다"고 말했다.
결국 민심의 선택은 매우 까다롭고 엄정하기에 여야 모두 '대세론'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던진 메시지일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제로 베이스'에서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여야 중 어느 쪽이든 국민의 마음을 얻고 좋은 후보를 선거에 내는 쪽이 다음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모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판과 평가의 대상이 됐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적극적으로 업적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야권의 경우 인물난을 해소하는 것이 과제다. 다음 선거에서 '상품'으로 내놓을 새 인물을 찾거나 기존 인물들 중에서 좋은 후보를 키워내지 못하면 민심의 선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유권자들은 어느 정치 세력이 분열하지 않고 민주적으로 당을 이끄는가를 유심히 지켜 보고 다음 정권을 택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을 화나게 하는 정당에겐 희망이 없다는 교훈을 여야는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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