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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만큼 보이는 숲/ 곤줄박이야, 벌레 잡는 법까지 잊지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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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만큼 보이는 숲/ 곤줄박이야, 벌레 잡는 법까지 잊지는 마

입력
2010.06.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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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다는 것이 이렇게 쉬운 건가?

아무에게나 아무 음식이나 탐내는 모습이 반갑지만은 않다. 등산객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에 경계심마저 놓아버리고 손쉽게 먹이를 구하는 것만큼 이 곤줄박이의 삶은 힘들어지겠다.

등산객이 한 명도 찾지 않는 어느 날, 벌레를 잡는 법을 잊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지나 않을지. 조미료와 방부제로 범벅이 된 인간의 음식을 함부로 탐내다가 별것 아닌 병균에 맥없이 스러지는 것은 아닌지….

새의 죽음은 단지 한 생명의 죽음으로 그치지 않는다. 야생동물의 먹이 행위로 벌레와 곤충은 적당한 시기에 적절히 제거되고 숲은 건강을 유지한다.

먹이가 된 열매는 야생동물의 서식공간만큼 이동해 새로운 생명의 싹을 틔우고 숲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길들여진 산새는 더 이상 숲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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