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를 이어 일본 총리에 선출됐다. 탄탄한 정치경력과 대중적 지지로 보아 일본 민주당이 7월의 참의원 선거에 간판으로 삼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결과다.
간 신임 총리는 합리적 개혁 성향으로는 하토야마 전 총리나 오카다 가쓰오 외무장관 등이나 민주당 개혁파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민ㆍ풀뿌리형 정치인이라는 드문 장점까지 갖추었다. 유력 정치인 대부분이 '정치 명문가'출신의 세습 의원인 일본에서 시민운동가 출신이 최초로 총리가 된 것만도 사건이라 할 만하다.
그는 이미 1990년대 후반에 강력한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신생 정당인 신당 사키가케의 정조회장으로서 1996년 자민당이 주도한 연립정부에 후생성 장관으로 참여한 그는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제제에 의해 다수의 혈우병 환자들이 에이즈에 감염된 '약해(藥害) 에이즈' 사건 처리 과정에서 특유의 개혁성과 책임의식을 빛냈다. 정부가 비가열 혈액제제를 조기에 금지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피해자들의 비판에 꿈쩍도 하지 않는 관료들과 달리 장관이 직접 진상조사를 지휘, 정책오류를 찾아내 국민 앞에 눈물로 사죄했다. 이로써 그는 지지율 1위의 정치인이 됐다. 하토야마 전 총리와 함께 민주당을 창당해 공동대표가 되고, 외연을 확대한 신민주당의 대표가 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한 그는 98년 말에 터진 여성 스캔들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총리가 되고도 남았다.
그의 개혁적 정치성향으로 보아 일본 정부의 정책이 하토야마 전 총리 때와 달라질 것은 거의 없을 듯하다. 오히려 실행과 신뢰를 중시하는 그의 성향이 내정과 외교에 동시에 반영된다면 더 많은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중의원 외교위원장을 지내며 국제 감각을 익힌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한국과의 관계도 뒷걸음질치기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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