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여당 패배, 야당 약진'이었다.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힘을 몰아줬던 민심이 2년 만에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들의 표심 대이동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은 복합적이었다. 한국일보 지방선거 보도 자문교수단을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이 분석한 9가지 요인을 정리해봤다.
1. 정권 견제 심리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나 총선은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강해 이 같은 선거에서는 대체로 여당이 고전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야당은 정권심판론, 권력견제론을 들고 나왔다. 한때 천안함 사태로 소멸되는가 했지만 결과는 이명박 정부 국정 운영 2년에 대한 비판과 견제 심리 발동이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3일 "여당의 독주나 일방적인 소통 부재 정치에 대한 견제 심리가 선거 판세를 좌우한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 젊은 유권자 막판 결집
이번 선거 투표율은 54.5%. 1995년 지방선거(68.4%) 이후 15년 만에 최고의 투표율이다. 인천 강원 충북 등 접전 지역에서는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야당 후보들이 승리하게 됐다. 여론조사 전문가는 "그 동안 투표에 관심이 적었던 20, 30대가 투표장에 몰리면서 야당이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3. 천안함 역(逆)북풍론
3월26일 천안함 침몰로 지방선거 초반 이슈가 사라졌다. 게다가 선거운동 개시일인 지난달 20일 '북한 어뢰 공격' 사실이 발표되면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북풍을 타고 일제히 상승했다. 하지만 막판에 남북이 강 대 강으로 부딪치고 한반도 전쟁 위기가 부각되면서 주가와 환율이 출렁거리기 시작한 뒤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 야당이 내세운 "여당을 찍으면 전쟁, 야당을 찍어야 평화"라는 논리가 어느 정도 먹힌 셈이다.
4. 주요 정책 반대 세력 확산
정부가 주요 정책을 밑어붙이는 과정에서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점점 확대되기 시작했고그같은 민심이 이번 선거에 투영됐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2006년 지방선거 때는 충청권에서 대전 충남 충북 등 3곳을 모두 석권했으나 이번에는 모두 패했다. 정부가 밀어붙인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감이 원안을 주장한 민주당, 자유선진당 후보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4대강 사업도 종교계 인사들과 환경보호론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정책이다.
5. 노풍(盧風)은 살아 있었다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에 맞춰 여당은 천안함 이슈를 대대적으로 제기하며 노풍 차단에 나섰다. 사회적 추모 분위기도 없었다. 하지만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당선자 등 친노 핵심 인사들의 선전은 결과적으로 노풍이 살아 있었음을 방증한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노풍은 눈에 보이는 바람이 아니라 국민 마음 속에 깔려 있는 반여 정서"라고 해석했다.
6. 뭉친 야권
야권은 우여곡절 끝에 연대를 이끌어냈다. 진보신당이 빠지고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진 한계도 있으나 파괴력이 컸다. 다른 야당 후보에게 갈 1, 2%의 표가 민주당 단일 후보에게 몰리면서 박빙 승부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구도를 여야 1대1로 단순화한 것도 정권심판론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었다.
7. 분열된 보수
반면 보수 진영은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맞았다.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의 분열은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서울 곽노현 당선자를 비롯해 6곳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탄생했다.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이 있는데다 친박근혜 성향의 군소정당들도 생겨나고, 한나라당 탈당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수 표는 흩어졌다.
8. 방심한 여권과 보수층
선거전 막판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여론조사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압승할 수 있다" 등 낙관적 전망으로 일관했다. 승리를 예감한 보수 성향 유권자의 결집력은 떨어졌다. 또 이윤성 국회부의장의 천안함 관련 말실수 등 막판 돌발악재도 표를 깎아먹었다.
9. 옅어진 지역주의
지역주의 완화도 야권 후보들의 약진에 도움이 됐다. 충남과 경남에서 각각 안희정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것은 지역주의 퇴색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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