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 패배가 정부여당에 인적 쇄신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어제 선거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2003년 10월 이래 7년 만에 비상대책위 체제에 들어갔다. 정 실장의 사의로 청와대 진용 개편과 그에 맞물린 중앙부처의 인적 쇄신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심이 정부여당에 대해 표로써 밝힌 요구는 여당 지도부나 정부의 인적 쇄신에 한정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수시로 제기되는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떤 눈으로 선거 결과를 보든,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거대여당의 힘에 기대어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한 굵직굵직한 정책에 민심이 제동을 건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등 대표적 정책은 대통령의 의지에서 비롯했겠지만, 주변 인사들이 의지를 부추겨 확신을 심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들이 미리 정책 추진에 따를 문제점과 적정 절차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정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 쇄신을 망설일 까닭이 없다.
크게 보아 '6ㆍ2 민심'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 전체에 의문을 표시한 것과 다름없다. 2년 전 촛불시위의 충격은 권력 핵심부에 소통형 국정의 필요성을 일깨웠고, 인사 개편으로 온건파가 일부 강경파를 대체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국정 자신감 회복과 함께 각성은 흐려져 갔다. 공기업은 물론이고 여러 외곽 기관의 인사 잡음이 대표적 증거다.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저항도 거셌지만 애초 적임자가 아닌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정권이나 이번 정권이나 인재풀이 협소해 색깔만 바뀌었지 '강경파 천지'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핵심 정책집단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실질적 국정 쇄신은 불가능하다. 인적 쇄신을 서둘러야 할 더욱 큰 이유다.
어떤 '실용'이든 자주 뒤돌아보며 상식과 합리성을 확인하지 않으면 어떤 이념 못지않은 강경한 이데올로기가 되기 십상이다. 대통령부터 주변을 차분히 둘러봐야 할 때다. 스스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길 기대한다. 자리에 앉은 지 오래됐다고 바꾸는 형식적 개편은 도움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막힌 곳을 뚫는 쇄신이 절실하다. 대폭이냐 소폭이냐가 중요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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