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동시에 지역 살림을 맡아 이끄는 책임을 짊어진 행정가이다. 1995년 이후 우리의 자치단체장들은 정치적 권한과 행정적 기능이 갈수록 커졌고, 특히 정당공천 제도의 도입으로 정치적 의미가 더욱 강조돼 왔다. 그 결과 지역 살림꾼의 책무는 뒷전인 채, 정치인 역할에 큰 비중을 두게 되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남긴 정치적 의미는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다. 그러나 단체장 선거 당선자들은 스스로 지역의 살림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4년 임기를 보장한 기본 목적도 중앙 정치와 행정에서 독립하여 소신껏 일하라는 것이다. 당선된 단체장들이 앞다퉈 내건 대표적 공약이 지역경제 살리기와 주민복지 확대인 사실에 비춰보면, 그들이 지역 주민을 위한 살림꾼으로서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여 유권자들의 선택과 승인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당선자들은 그 공약을 성실히 이행하라는 유권자들의 독려를 늘 되새기는 자세로 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지난번 당선된 단체장의 40% 이상이 임기 중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관련된 갖가지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되었을 것이다. 당선된 단체장들은 지역을 위해 선거에 나서면서 유권자들에게 다짐한 결의를 임기 내내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또 이번 선거에서 유난히 박빙 승부가 많았던 사실은 당선자들에게 포용과 소통의 능력을 어느 때보다 크게 요구하고 있다. 자신을 지지한 주민들과 거의 비슷한 유권자가 자신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늘 깨닫고 있어야 한다.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데 편가르기나 여야 구별이 있어선 안된다. 지지자와 반대세력 모두를 포용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자치단체장은 '또 다른 정부의 수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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