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나치와 다른 게 무엇이냐”“우리에게 총을 달라, 당장 가자로 가겠다”
이스라엘 해군의 팔레스타인 구호선박 공격으로 9명을 사망한 데 대한 규탄 시위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비난 시위는 전세계 12개국 이상에서 개최됐다. 각국 이스라엘 대사관 주변을 중심으로 수만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이스라엘 국기가 불탔고 파리에서는 최루탄까지 등장했다.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고립이 가속화하고, 중동지역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사망자 신원확인도 안 해줘
국제사회는 사건 후 이스라엘의 태도에 다시 한번 분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사망자의 신원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사망자는 언론사 보도마다 달라 9~19명까지 들쭉날쭉이다. 현재는 최소 9명으로 정리되고 있다. 32,33개국에서 700~800명 가량이 구호선박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노벨평화상을 받은 북아일랜드 평화운동가 메어리드 코리건 매과이어(66), 유럽의회 의원, 나치의 홀로코스트(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운동가, 스웨덴의 유명 추리소설가 헤닝 마켈, 심지어 6개월된 아기도 있다는 증언들이 나오지만 이들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이스라엘 내부 인권단체 3곳이 정부에 사망자와 부상자, 붙잡힌 사람들의 신원을 밝혀달라고 이스라엘 법원에 청원서를 냈다.
이스라엘 고립 심화, 우방 터키도 등 돌려
AP통신은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이 깊어지고, 이슬람 국가 중 이스라엘의 우방으로 꼽히는 터키와의 관계가 파괴될 위기”라고 보도했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터키는 사건 발생 직후 “국가에 의한 테러리즘”이라고 규탄하고, 이스라엘 주재 터키 대사를 철수시켰다.
이스탄불 집회에 참여한 세레프 망갈(42)씨는 AFP통신에 “필요하다면 전쟁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프랑스, 영국, 터키,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시리아, 요르단,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에서 1,000~2,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규탄 시위가 잇따랐다.
이스라엘은 올해 초에도 두바이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간부 암살하면서, 각국의 여권을 위조해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아일랜드 인디펜던트 신문은 “이스라엘은 언제까지 전세계를 무시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구 비호 속에 제재는 없을 듯
31일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일 새벽까지 마라톤 회의를 갖고 이스라엘의 공정한 사건 조사와 민간이 석방을 촉구했다. 그러나 아랍 국가들이 요구했던 ▦독립적 국제조사, ▦가자 지역 봉쇄 해제, ▦가장 강력한 규탄 성명 발표 등의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인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유엔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이상, 향후 특별한 제재 움직임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칼럼리스트 로버트 피스크는 “이스라엘이 아랍인들을 죽이는 것에 익숙해지고, 이제 터키인과 유럽인까지 죽이고 있다”며 “전세계가 이런 악행에 지쳐가고 있지만, 서방의 정치인들만은 침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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