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잇단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 달 31일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의 전격 사임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AFP통신은 유럽 경제 위기와 연정 내 마찰 등으로 지지율 하락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메르켈 총리가 쾰러 대통령의 사임으로 또 다른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1일 보도했다.
독일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 원수로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사임한 것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독일 국민들은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 보수여당 기독민주당(CDU) 내 주요 인물인 롤란트 코흐 헤센주지사가 사임한 데 이어, 같은 당 소속 쾰러 대통령마저 사임하면서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코흐 주지사의 사임은 메르켈 총리와 사사건건 부딪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닐스 디드리히 베를린 자유대학 정치학 교수는 "메르켈 총리는 코흐 주지사와 쾰러 대통령을 잃었다. 특히 쾰러 대통령의 사임은 정국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가 수 주 내 정치적 의제를 선점하지 못한다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유로화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쾰러 대통령의 사임은 메르켈 총리의 연립정부를 심각한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지원으로 자국 내 재정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세금 인상 등 주요 정책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9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선거 패배에서 볼 수 있듯 메르켈 총리의 연립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지난해 9월 재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간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자이퉁은 "쾰러 대통령의 사임은 연립 여당에 상서롭지 못한 전조"라고 보도했다.
한편 슈피겔은 1일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군대의 해외 파견이 필요하다"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임한 쾰러 대통령이 여당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불운한 대통령이었다"고 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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