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鳩山) 총리에게는 결단력이 없다. 결단력 이전에 판단력이 없다. 이해는 빠르지만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최근 후텐마(普天間) 미군 기지 이전 미일 합의는 100점 만점에 0점이다.”
일본의 저명한 군사ㆍ위기관리 전문가 오가와 가즈히사(小川和久ㆍ64ㆍ사진) 국제변동연구소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하토야마 총리를 “실행력 제로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오가와 이사장은 하토야마 총리를 퇴진 위기로까지 몰아간 후텐마 이전 문제에 정부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가장 깊숙이 간여한 인물이다. 총리 요청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3차례 만나 후텐마 해법을 조언했다. 3월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안전보장담당 총리 보좌관 물망에까지 올랐고 5월 초에는 민간인 자격이면서 일본 정부 요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 정부와 협상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가와 이사장은 하토야마 총리에게서 “약속한 것을 절대로 지키지 못할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상대가 제발로 와서 옷을 다 벗겨줄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실행해주는 관방장관이, 비서관이, 보좌관이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지금 하토야마 정권에는 그런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沖繩)현 중북부의 헤노코(邊野古) 연안으로 옮기기로 한 최근 미일 합의에 대해 오가와 이사장은 “계획대로 바다를 포함시키려면 오키나와 지사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오키나와의 반대로 결국 실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주일미군 해병대는 북한의 군사도발과 대만 유사시 대처할 수 있는 억지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로 옮기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라면서 “하토야마 정권이 아닌 다른 정권이 들어서서 오키나와 주민의 이해를 다시 구하고 미국과 재협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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