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7시 인천 부평 십정동 동암역 앞.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후보가 유세를 시작하면서 한 고등학생에게 다가가 '주먹 대 주먹 치기' 인사를 청했다. 얼마 전 고교를 졸업한 딸이 "꼭 한번 해보라"며 귀띔해준 방법이라고 했다.
백운역에 도착한 송 후보는 이번엔 파란색 점퍼차림의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악수를 청하면서 허리를 넙죽 굽혔다. 기자가 놀라는 표정을 짓자, 그는 "한나라당 선거운동원이 나에게 '승리하세요'라고 말하는 거 들었느냐"며 "마음 속으론 절 지지하는 분들이 많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송 후보는 계양구 인근 해장국집으로 이동해 지원 유세를 나온 손학규 선대위원장과 짧은 아침식사를 했다. 곧이어 그는 그간 '텃밭'이라며 소홀했던 계양구 등을 비롯해 인천 북부지역을 훑기 시작했다.
송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안상수 시장은 재임 기간 동안 7조원의 부채를 지고 6년째 교육은 꼴찌를 하고 있고, 자살률은 전국 1등이다"며 "8년이면 시정 아이디어도 고갈돼 안식년이 필요한 시간이니 안 후보를 그만 쉬게 해 주자"고 호소했다. 계양구 계산시장에서 만난 박광년(64ㆍ여)씨는 송 후보를 보자마자 "뭣 하러 여기까지 왔느냐. 계양구는 몰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십여 곳에서 유세를 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 유일한 휴식은 차 안에서밖에 이뤄질 수 없었다. 9인승 승합차에 오르자마자 송 후보는 거짓말처럼 2초 만에 단잠에 빠졌다.
오후 3시, 그는 차 안에서 재인충남도민회 회장단 2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선 지지성향을 분류했다. 확실한 지지자에게는 'A', 호의적인 사람에게는 'B'라고 표기하는 식이었다. 어떤 이름 옆에는 '안상수'라는 표시도 돼 있다. 송 후보는 "상대편인 걸 알아도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송영길은 잠도 안 자고 운동하나 보다는 말이 나돈다"고 웃었다.
송 후보의 이날 'D-2' 유세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구월동 신세계백화점을 들른 뒤에야 마무리됐다. 그는 유세를 마치면서 기자에게 "선거 당일 막상 뚜껑을 열면 지금의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캠프 관계자들도 "바닥 정서는 분명 송 후보에게 우호적"이라면서 "투표 날 이변 아닌 이변이 일어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인천=강아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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