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에 지장 없는 자료라 공개 안 한 건데 뭘 그러나."
군 관계자는 30일 천안함 폭발 36초 후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기자들이 '또 나왔냐'고 따지자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 확인된 화면이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였다. 야당 의원의 거듭된 추궁에 마지못해 공개했음에도 무척 당당했다.
물론 천안함 침몰 원인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간 "더 이상 숨긴 동영상은 없다"고 시치미를 떼던 군으로서는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군은 4월 7일까지 세 번에 걸쳐 야금야금 TOD 영상을 공개하면서 불필요한 의혹을 자초했었다.
TOD 영상에는 침몰 수역의 상황이 담겨 있다. 따라서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중요한 증거다. 유죄를 입증하려면 무죄 판단이 가능한 모든 의구심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 직후 "조사 내용을 한 점 의혹 없이 다 공개하라"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군이 가스터빈실 잔해 사진을 공개한 과정도 석연찮다. 이날 오전 민군합동조사단 고위 관계자는 "인양이 늦어 분석이 덜 끝났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오후에 갑자기 공개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 "북한의 억지 주장에 대한 반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유ㆍ불리에 따라 정보를 공개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이 8일 천안함 잔해를 일부 네티즌에게 공개하기로 한 것도 알 권리 충족보다는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노림 수가 아닌지 우려된다.
군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원인 규명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막판에 섣불리 정치적 잣대를 들이댔다가 된통 당하지 않길 바란다.
김광수 정책사회부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