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 햄버거가 진출해 있는 나라들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인기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화를 다룬 베스트 셀러 (1999년)에서 펼친 주장이다. 맥도널드의 상징인 'M'자 입간판에 빗대 '황금아치 평화론' '더불 아치 평화론'으로도 불린다. 프리드먼은 그 다음 저서 (2005년)에서는 컴퓨터 회사 델의 부품 공급망으로 연결된 나라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델 평화론'를 개진했다. 다분히 미국적 시각에서 평화에 기여하는 세계화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논리다.
■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국제관계와 통상문제 전문가로서 깊은 통찰력을 보여온 프리드먼의 평화론은 국제정치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관계이론에는 무역과 투자를 통해 상호 의존관계가 형성된 나라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상업적 평화론'(commercial peace theory)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들 간에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민주 평화론'(democratic peace theory)과 대비되는 이론이다. 프리드먼의 황금아치 평화론 또는 델 평화론은 상업적 평화론의 계보를 잇고 있는 셈이다.
■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 사업도 상업적 평화론에 기초한 평화 구축 프로젝트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지난해 작고한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전쟁하던 사이도 서로 장사하다 보면 안 싸우게 된다"는 지론을 1960년대부터 펴왔다. 상업적 평화론의 DJ식 버전인 셈인데, 경협과 교류 확대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킨다는 그의 햇볕정책도 여기서 싹텄다. 지금 그 토대가 다 무너지고 개성공단만 마지막 잎새로 남았다. 그래도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건의 등을 감안, 대북심리전을 유보하고, 북측도 개성공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 것은 상업적 평화론의 힘이 아닐까.
■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 18명이 엊그제 경기 파주 민통선 안 통일로 변에 '평화의 꽃'으로 무궁화 200여 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북의 어뢰공격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었지만 보복 대신 평화통일의 꽃을 피우고자 하는 유족들의 마음이 고맙고 아름답다. 남북이 대결과 갈등을 넘어서 진정한 평화를 이루려면 더 많은 평화의 꽃을 심어야 한다. 개성공단을 발전시키고,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교역의 길을 다시 여는 것이야말로 전쟁 대신 평화의 시대로 안내하는 평화의 꽃들이다. 남북이 함께 심고 가꿔야 할 절실한 꽃들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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