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산흥업(滅産興業ㆍ망하는 산업에서도 흥하는 기업)이라는 말을 실감이라도 시키는 걸까. 분양시장의 전반적 침체에도 불구, 성공 유전자(DNA)를 지닌 일부 아파트는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면적과 분양가, 관리비 등을 대폭 줄인 실속형 아파트의 성공이 잇따르면서 건설업계의 기존 주택 공급 패턴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분양가를 낮춰라
청약 성공의 핵심 요인은 ‘분양가 경쟁력’이다. 최근 한화건설이 경기 남양주 별내지구에서 분양한 ‘꿈에그린 더스타’는 그 대표 사례다. 이 단지는 인근 진건지구 보금자리주택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흥행 실패를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으나, 1순위 마감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싼 값이 무기인 보금자리 분양가(진건지구 3.3㎡ 당 최대 990만원)와 비슷한 수준(3.3㎡당 평균 1,055만원)으로 물량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한화건설은 올 2월 분양한 서울 강동구 ‘둔촌 푸르지오’도 3.3㎡ 당 분양가를 인근의 신규 아파트보다 500만원이나 낮춰 청약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삼성물산도 이달 4일부터 청약을 받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달래2차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그레이튼’ 분양가를 주변 신규 단지보다 15% 가량 낮춘 3.3㎡당 2,500만~2,900만원에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 상도동 엠코타운도 애초 분양가보다 최대 1억원 정도 내려 팔기로 했다.
관리비 부담을 줄여라
대림산업이 지난달 평균 10대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경기 ‘광교 e편한세상’의 성공 비결은 높은 에너지 효율에 따른 관리비 절감 효과다. 대림산업이 적용한 27가지 친환경ㆍ저에너지 기술은 기존 아파트 대비 냉ㆍ난방 에너지를 50% 가량 줄일 수 있다.
대우건설이 4일부터 청약을 받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288가구)도 ‘관리비 친화형’단지이다. 태양광발전과 LED조명, 빗물정화시스템 등을 통해 주상복합의 최대 단점인 비싼 관리비 부담을 다른 단지보다 30~40% 가량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면적도 ‘다이어트’한다
공급면적 다이어트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소형이 아니면 팔리지가 않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이 최근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서 분양한 ‘금정산 쌍용예가'는 중대형인 114㎡ 1개 타입만 제외하고 전용 84㎡ 이하 중소형 전 타입이 마감됐다. 당초에는 공급가구의 절반 이상이 중대형이었으나, 흥행을 위해 전용 84㎡ 이하를 80% 이상 배치하도록 설계를 변경한 것이 주효했다.
6월중 공급되는 경기 용인시 ‘성복 아이파크'도 소비자 호응도가 높은 전용 84~124㎡형 351가구로 설계를 변경했다. 주변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쌓인 미분양 난제를 막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충북 청주에서 ‘지웰시티2차'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신영도 모두 중대형으로 공급했던 1차 때와는 달리 2차 공급에서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을 80% 이상 배정키로 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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