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적응하기가 너무 어려웠을까. 20년 가까이 밀림에서 생활하다 2007년 초 인간의 품으로 돌아온 캄보디아의 '정글 소녀' 로촘 프니엥(30)이 사라졌다. 현지에서는 정글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AP통신 등 외신은 정글 소녀의 아버지를 자처해 온 살 루씨와 경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프니엥이 25일부터 엿새째 실종 상태"라고 보도했다. 루씨 가족과 경찰 당국이 프니엥을 찾아 나섰지만 발견하지 못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니엥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동북쪽으로 600여㎞ 떨어진 라타나키리 주(州)에 있는 집 뒤 우물 근처에서 25일 목욕을 하다 실종됐다. 프니엥의 부친 루씨는 그러나 "딸이 나쁜 일에 연루돼 사라졌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숲의 정령의 인도로 정글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주변지역을 수색했지만 그녀의 흔적을 찾지 못한 현지 경찰은 정글로 돌아갔다는 데에 무게를 두면서도 납치나 살해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프니엥은 2007년 초 라타나키리 주에서 농부들의 음식을 훔쳐먹다 주민에게 붙잡혀 인간사회로 돌아왔다. 발견 당시 프니엥은 벌거벗은 상태인 데다 원숭이 같은 몸동작을 보였다. 또 인간의 말을 잃은 듯 야생동물이 내는 소리만 반복하는 상태였다. 루씨와 그의 가족은 오른 팔에 난 상처를 근거로 "이 소녀가 1988년 여덟 살 때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소를 몰다 실종된 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루씨 주장의 진위여부가 증명되지 않았으며 어떻게 19년간 밀림에서 생활할 수 있었는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프니엥은 인간사회 복귀 이후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식사와 옷 입는 것도 거부했고, 말도 익히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신경쇠약증세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당시 프니엥을 검진한 의료진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밝혔지만, 언론들은 정글로 돌아가고픈 욕구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프니엥은 여러 차례 정글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가족들이 이를 저지했다.
프니엥이 살았던 라타나키리 주 정글은 캄보디아 내에서 가장 오지에 속하는 밀림지역. AFP통신에 따르면 크메르 루즈를 지지했던 힐족 34명이 1979년 정권의 몰락과 함께 이 지역에 숨었지만 20년 동안 발견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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