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 해도 시장에선 올해 국내 증시가 '상저하고(上低下高)'가 될지 '상고하저(上高下低)'가 될지를 두고 의견이 팽팽했다. 결론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올해 주식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이었다.
하지만 5월까지 국내 증시는 코스피지수 1,550~1,750 박스에 갇혀 제자리 걸음을 하는 양상이다. 코스피 1,800선 돌파를 향해 질주하는가 싶으면, 남유럽 재정위기, 글로벌 긴축 우려, 그리고 천안함 사태와 같은 북핵 리스크까지 악재에 부딪히며 다시 1,550대로 주저앉기를 되풀이 한 것. 한 해 레이스의 반환점을 돌 준비를 하는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큰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조정, 길지만 얕다
최근 하반기 전망을 발표한 대우, 대신 등 주요 증권사들은 3분기 주가 조정을 거쳐 4분기부터 본격 상승에 접어들 것으로 예고했다. 3분기 조정을 예상하는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금융규제, 그리고 글로벌 경기 회복세 둔화 등의 악재가 국내 증시의 발목을 계속 붙잡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정은 길어지지만 그러나 다행히도 조정 폭은 깊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증권사 10곳 중 5곳이 하반기 지수 하단을 1,550~1,560으로 전망하는 등 대부분 1,550선은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비관적으로 예측한 신한투자증권도 코스피 하단으로 1,490을 제시했다. 올 들어 코스피 저점이 1,552.79(2월8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돌발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증시가 큰 충격을 받을 일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4분기, 랠리는 시작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가 연착륙을 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크게는 주가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특히 4분기에는 1,900선까지도 상승, '상저하고' 곡선을 그려갈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대세다. 3분기말, 4분기초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될 것이란 얘기다.
한화증권은 "3분기말 이후 전세계 경기가 본격 확장하리라는 기대감이 살아나고 견조한 기업실적을 토대로, 2011년까지 이어질 상승랠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영증권도 코스피지수가 3분기 1,550~1,800에 머물다가 4분기부터 중국의 내수 확대와 기업 실적 개선이 재부각되면서 1,650~1,900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수 2,000 재도전하나
코스피 2,000 돌파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4분기의 상승세가 마침표 없이 내년까지 지속돼 코스피 2,000을 향한 재도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4분기 들어 경제지표가 상승 전환하고 경기 모멘텀도 되살아나면서, 코스피지수 2,000선을 향한 강세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도 코스피지수가 3분기 1,650~1,900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4분기 2,0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유럽이 재정위기 진화에 실패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전개된다면, 국내 증시는 한해 내내 1,500~1,700 박스에 갇혀 지지부진할 것(LIG투자증권)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대형 수출주들이 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차 등을 앞세운 IT(정보기술), 자동차 업종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단 지속적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IT와 달리 자동차 업종은 환율 효과가 희석되고 연말께 고평가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신한금융투자)는 지적도 나온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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