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沖繩) 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로 하토야마(鳩山) 정부와 대립했던 일본 사민당이 30일 연립정부 이탈을 결정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국민신당, 사민당과 함께 꾸린 연정은 이로써 출범 8개월여만에 붕괴됐다. 참의원 선거를 한달 여 앞두고 민주당 내에선 선거 참패에 대한 우려와 하토야마 총리 책임론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사민당은 이날 전국간사장회의를 소집해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당수가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현내 이전에 반대하다 장관직에서 해임된 문제를 논의한 뒤 당 상임간사회에서 연정 탈퇴를 정식 결정했다. 후쿠시마 당수는 간사장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정권 이탈을 결정했다"며 "전국의 당원, 간사장에게서 해임된 건 잘했다, 주장을 관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마타이치 세이지(又市征治) 사민당 부당수는 후쿠시마 장관 해임 이후에도 하토야마 총리가 연정 유지를 희망하고 있는데 대해 "사민당을 자르면서 연립은 그대로 해나가자는 것은 지리멸렬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며 "총리는 퇴진해 (후텐마 문제의)각의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민당은 연정을 이탈해도 새 정권 출범 당시 3당 연립으로 합의한 정책 실행과 7월 참의원 선거 협력에 대해서는 민주당, 국민신당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해 민주당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가뜩이나 지지율 하락으로 고민하는 하토야마 정권이 사민당 이탈로 더욱 구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장관은 전날 국정보고회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엄청난 역풍이 예상된다"며 "현 상태로라면 (민주당의) 패배가 예상된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계속해온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 민주당 전 최고고문은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이 하토야마 총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토야마 총리가 역사에 남을 판단을 해주길 신께 기도하고 싶다"고 직설적으로 퇴진을 요구했다. 교토 통신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후텐마 문제와 관련해 일본 국민의 51%가 하토야마 총리의 사임을 원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지금은 나의 행동을 이해 받도록 하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방법"이라고 퇴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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