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발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 '전쟁'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30일 오전 제주도 한중일 정상회의 2차 세션에서 "천안함 때문에 지역 정세가 불안하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지만 전쟁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곧바로 "전쟁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조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나왔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전쟁을 거론하기에 앞서 "동북아가 위기를 조성하는 지역이 아니라 평화의 터전이 돼야 한다"며 "그것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와야 하며 그렇지 않는 한 (북한)경제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락에서 볼 때 이 대통령은 북한의 잘못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제재하자는 의도를 설명하기 위해 전쟁을 입에 담은 것 같다. 이는 정상회의에 임하는 이 대통령의 자세를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의 진의가 전쟁에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바라보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막판으로 치닫는 지방선거에도 미묘한 파장을 낳을 수 있다. 야당이 전쟁 위험을 거론하면서 여권을 비판하는 와중에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 대통령의 민감한 발언을 청와대가 공개한 것도 정치적 맥락을 고려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풀이도 나온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보수층과 진보층을 모두 의식해 전쟁 문제에 대해 두 갈래의 접근법을 쓴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주=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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