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를 잠재울 것으로 기대됐던 '톱 킬(Top Kill)'작업이 결국 실패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비통할 정도로 분개한다"며 거듭된 유출 차단 실패에 격분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사는 29일 "점토액 450만ℓ를 폭발방지기 내부로 투사해 기름 유출을 막는 톱 킬을 지난 사흘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더그 서틀스 BP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자회견에서 "대형 철제덮개 설치 등 지금까지 모든 시도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며 "수심이 얕은 곳에서 톱 킬이 성공한 사례가 있지만, 이번 경우엔 1,500m아래 심해에서 작업이 이뤄져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톱 킬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자 BP사가 이번에는 로봇 잠수함을 현장으로 내려 보내 파손된 파이프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깔때기 모양의 차단 캡을 덧씌워 원유를 빨아들이는 작업에 곧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방법도 믿음직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서틀스 COO는 "이후 시도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은 물론 없다"며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데엔 작업 시작 후 나흘에서 일주일까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1억ℓ이상의 원유가 바다로 새어 나와 1989년 엑손 발데스호 사고를 능가하는 재앙으로 확대된 멕시코만 사태는 8월 감압유정이 완공되기 전까지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AP통신은 "감압유정만이 거의 유일하게 남은 확실한 유출 차단책이기 때문에 8월까지 피해가 계속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톱 킬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 루이지애나주 연안 어장 주변의 탄식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톱 킬 실패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이다. 이번 사태가 결국 조기수습 실패로 이어지면서 결국 11월 중간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이 '오바마의 카트리나'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점점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28일 루이지애나 해안 일대를 방문해 톱 킬 작업을 지켜봤던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날 "가슴이 터질 것 같다"는 표현을 써가며 속상함을 표현했을 정도다. 그는 "유출을 하루빨리 차단해 해안을 깨끗하게 만들고 피해를 입은 이들의 삶이 정상을 되찾을 때까지 오염확산 차단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BP는 방제현장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인력을 동원해 눈속임을 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CNN은 29일 "대통령 방문 시간에 맞춰 300여 명의 인력을 불러 청소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인 후 대통령이 현장을 떠나자 이들을 곧바로 철수시켰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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