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가 한국과 일본의 밀월관계를 낳고 있다. 양국의 밀착 공조는 동북아 정세에 미묘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29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제주도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한국에 큰 힘을 실어주는 데 행보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정상회의 참석 전인 29일 오전 대전 국립현충원 천안함 46용사의 묘역을 참배했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대전을 오고 간 하토야마 총리에게 전용 헬기를 제공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3국 정상회의 직전에 가진 제주도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한국을 진심으로 지지하겠다"며 천안함 사태를 안보리에 회부하는 과정에서의 선도적 역할을 자임했다. 이 대통령은 46용사 참배 등에 감사하며 "일본은 대한민국 국민을 진정한 이웃으로서 대해 주었다"고 화답했다.
이어 하토야마 총리는 정상회의에서 쉴새 없이 이 대통령에게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그는 29일 오후 정상회의 1차 세션에서 천안함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제의, 분위기를 잡은 뒤 "지역 정세를 잘 논의해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30일 오전 진행된 2차 세션에서는 만약 일본이 천안함 사태와 같은 공격을 받았더라면 자위를 위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의 반성과 사죄가 전제돼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며 "같은 민족인 남북이 60년간 분단된 것은 불행하며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이 속히 조성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가 모든 화법을 동원해 최대한 한국 쪽으로 가까이 온 것이다.
이런 일본의 입장은 천안함 사태와 비슷한 일이 일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출발했다. 위기 의식은 한일간, 한미일간 공조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한일 양국은 천안함 국면에서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결과가 한미일 3각 군사안보체제 강화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밀월관계를 키우고 있다.
양국의 밀월은 하토야마 총리의 국내 정치적 필요성에서도 기인됐다. 오키나와현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하겠다는 약속을 뒤집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하토야마 총리로서는 천안함 사태라는 동북아 불안정 요인을 고리로 국내 여론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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