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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4월 장원/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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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4월 장원/ 벌

입력
2010.05.3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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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0년 4월 시 장원에 이홍도(경북 구미고ㆍ필명 '숭고하고 장엄한-과일')군의 '벌'이 뽑혔다. 이야기글에서는 최유진(경북 성희여고ㆍ필명 '로망스')양의 '바위섬', 생활글에서는 김하경(부산 대명여고ㆍ필명 'hicky')양의 '길'이 각각 장원에 선정됐다. 비평ㆍ감상글에선 장원이 나오지 않았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이홍도(필명 '숭고하고 장엄한-과일')

봄이었고,

때때로 지진을 원한다

지구의 모든 개미들이 동시에 날아오를.

지난 2년의 어느날과 같이 아무도 없는 점심시간

나는 칫솔을 물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나는 이제 지쳐버릴지 모른다고,

언제나처럼 현실에서 불행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무뎌져 갈 거라고,

그때 어린 벌을 보았다

흐릿한 창문을 자꾸만 들이받았다

봄이었다

벌은 창문 밖의 벚꽃나무를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열어주려 했으나 낡아 열리지 않았다

나는 벌을 짓이겨 죽여버려야겠다고

그게 이 아이를 불행에서 구해줄 유일한 방법이라고.

소름이 끼쳤고 나는 약속했다

언젠가 깨진 유리창을 볼 것이라고

봄이든 벚꽃이든

벌은, 어린 벌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이 날 것이라고

어린 벌은 혼자서도 한 그루 벚꽃나무라고.

봄이었고,

주유소 옆이라도 목련은

짐승처럼 맹렬하게 꽃피우고 있었다

▦심사평

'벌'은 사물과 그것이 처한 상황과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감각과 사유가 진지한 시입니다. 사소한 사물이나 생명의 기미를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세심히 관찰하여 시로 전환시키는 눈길이 '어린 벌은 혼자서도 한 그루 벚꽃나무라고' 여기는군요. 비록 거칠고 설명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자아를 '맹렬하게' 궁구할 진실한 시인의 자세가 보입니다. 거짓 세련됨을 넘어서는 열정이 약여합니다.

유종인ㆍ시인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10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장 글틴' 홈페이지의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ㆍ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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