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만난 박상학(42)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한 탈북 여성의 이혼절차를 돕느라 분주했다. 2000년 식구 4명과 함께 탈북한 박씨는 2003년 북한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자유북한운동연합의 전신)를 만들었고, 2004년부터 대북전단을 뿌려왔다. 탈북자나 북한주민의 불행한 처지를 자신의 일로 여겨 그들을 계속 돕는다고 했다. 대북전단을 끊임없이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 그에게 대북전단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물었다.
-대북전단에는 어떤 내용을 담나.
"2004년부터 7년간 약 3,000만장을 보냈는데 내용은 20가지 정도다. 주로 김정일을 비판하는 내용이나 자유 인권 민주주의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한 설명도 있다. 20일 백령도에서 보낸 전단에는 '천안함이 민족반역, 살육, 침략, 테러의 원흉 김정일에 의해 폭침됐다. (중략) 미친 김정일을 두려워 말고 몽둥이로 때려잡자'고 적었다."
-문장이 과격하다.
"표현은 직접 생각해서 적는다. 북한에 있었던 1993~98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중앙회 선전선동부에 있었다. 이들이 어떤 것을 가장 아픈 비판으로 받아들이는지, 북한 주민에게 뭘 알려줘야 지도부가 분노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민 없이 써내려 간다."
-전단은 효과가 있나.
"70, 80년대에는 전단이 날아오면 '남조선 놈들이 거짓말로 선전 선동하네'하며 믿지 않았다. 그런데 배급체제가 무너지고 굶는 사람이 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히려 부대에서 전단을 치우던 군인들이 총 들고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남으로 뛰어오지 않았나. 2008년 탈북한 김명길이 그런 경우다. 나 역시 94년 원산 송도원해수욕장에 떨어진 전단을 주워보고 압록강을 넘어 남으로 오는 방법을 알게 됐다."
-남북관계 전반에는 역효과를 내는 것 아닌가.
"전단 때문에 2008년 경의선 운행이 중단되고, 2009년엔 개성관광이 중단되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실은 북한이 전단을 핑계로 마음대로 행동하는 거다. 북한의 공갈협박에 속아선 안 된다. (최근 강경책이) 무력도발로 내부단속하고 체제 유지하려는 것인지는 몰라도 실제 전쟁을 벌일 능력이 없다고 본다."
-대북전단 등에 대해 북한은 무자비한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국제사회가 모두 대한민국의 편에 서고 북한은 독 안에 든 쥐가 되지 않겠나. 전단을 보내는 것이 당장은 긴장을 고조시키겠지만, 크게 보면 자그마한 대가(긴장고조)를 치르더라도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전의 햇볕정책이 좋은 점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용만 했다. 고통은 북한 주민에게 돌아갔다. 대북전단은 계속 보낼 것이다."
박 대표는 기상을 살펴 다음달 3일이나 4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전단 사이사이엔 1달러, 1위안 지폐를 끼워 넣는다. 비용은 1,000만원 가까이 드는데 후원금으로 마련했다고 한다.
글ㆍ사진=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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