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쯔양 지음ㆍ장윤미 등 옮김/에버리치홀딩스 발행ㆍ496쪽ㆍ2만6,500원
1989년 6ㆍ4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학생들에 대한 무력진압을 반대하다 실각당한 자오쯔양(趙紫陽ㆍ1919~2005)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아직도 복권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당시 "동란을 지지하고 당을 분열시켰다"는 죄목으로 가택연금을 당해 2005년 86세로 사망할 때까지 풀려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진두 지휘해 오늘날 세계 2위로 부상한 중국 경제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는 자오쯔양이 연금상태 초기이던 1990년대 초 옛 부하들 앞에서 구술한 내용을 정리한 회고록이다. 그의 비서였던 바오퉁 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이 주관해 녹취한 테이프를 아들 바오푸가 당국의 눈을 피해 미국으로 가져가 출판했다. 중국에서는 금서로 지정됐다.
자오쯔양은 여기서 자신이 경험한 톈안먼 사태의 경과, 원인과 결과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자신이 추진한 개혁정책이 중국의 개국공신인 공산당 원로들의 불만을 산 것이 실각의 배경이었고, 특히 톈안먼 사태 직전 중국을 방문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그가 한 발언으로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으로부터 오해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책은 톈안먼 사태보다는 1980년대에 그가 추진했던 경제개혁정책의 경과에 비중을 두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계획경제로 중국이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오쯔양은 1970년대 후반 인구 1억명으로 최대였던 쓰촨(四川)성에서 식량증산에 성공해 "식량을 구하려면 쯔양을 찾아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1980년대 초 중앙으로 진출해 부총리, 총리를 맡으면서 덩샤오핑의 신임 아래 농촌과 연해지방의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프랑스 남부의 포도밭과 영국 동해안의 밀밭 등을 방문한 뒤 자급자족경제의 한계와 개방경제의 이점을 알게 됐고, 엄청난 물가 상승을 겪은 뒤 대만 학자들로부터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의 사례를 듣고서야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이해했다는 사례 등 중국 지도부가 시장경제에 하나씩 눈을 떠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자오쯔양이 말하는 공산당 집권의 교훈,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의 성과와 잘못.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형성과 쇠락에 대한 견해 등은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도 여전히 유효하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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