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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산 넘었지만… 한중 FTA 가는 길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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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산 넘었지만… 한중 FTA 가는 길 첩첩산중

입력
2010.05.2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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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이 28일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산ㆍ관ㆍ학 공동연구 종료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양국은 FTA로 가는 길의 큰 고개 하나는 넘게 됐다. 양국은 이제 자국 내 절차를 거친 뒤 본격 협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갈 길이 워낙 첩첩산중이라 FTA체결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까지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미완의 연구

외교통상부가 이날 일부 공개한 산ㆍ관ㆍ학 공동연구결과 내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양 정부가 농산물 등 민감 분야에 대한 처리 방안을 논의한 다음 협상으로 들어갈 것"을 권고한 대목. 공동연구 말미에 '권고'라는 문구를 단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이는 '산ㆍ관ㆍ학 공동연구에서 답을 내놓기 힘드니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맡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번 공동연구는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간 협상에 앞서 양국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모여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최선의 밑그림을 그려달라고, 특히 민감 분야에 대한 최적의 해법을 모색해달라고 시작한 것이 산ㆍ관ㆍ학 공동연구인데, 정작 결론은 '민감한 부분은 정부가 최적의 해법을 찾아라'고 나왔기 때문이다.

민감 분야란 개방시 양측의 아킬레스건이 되는 산업들을 뜻한다. 앞서 진행된 민간레벨의 공동연구에선 양국간 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은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이득을 보지만 ▦농수산업과 노동집약의 제조업 등은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번 산ㆍ관ㆍ학 공동연구에선 이 부분들에 대해 어떤 해법을 도출해야 하는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FTA 전문가도 "기형적인 방식으로 공동연구가 종결됐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지금까지 민감 부분에 대한 합의가 안 이뤄져서 시간을 끌었으며, 산ㆍ관ㆍ학 공동연구에 3년2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한ㆍ미 FTA와 한ㆍEU FTA는 산ㆍ관ㆍ학 연구 없이 민간연구 결과만으로 협상에 착수했으며, 한ㆍ인도 CEPA의 경우는 그 기간이 8개월에 불과했다.

협상까진 먼 길

공동연구결과가 어정쩡하게 나오다 보니, 양국간 협상 테이블이 펼쳐지기까지도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물론 중국이 한ㆍ중 FTA에 매우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고, 정부도 공공연히 "연내 협상 시작"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 각 부처별 실무 차원에서 한ㆍ중 FTA에 대한 의견차가 여전한 만큼 낙관하기는 어렵다. '민감 부분에 대한 정부간 사전 협의'라는 전례 없는 권고 문안이 붙는 바람에, 양국은 본 협상에 들어가기 전 '미니협상'을 한번 더 치러야 한다.

보통의 경우 산ㆍ관ㆍ학 공동연구가 끝나면 공청회 개최 → FTA추진위원회 심의 →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 등의 국내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지만, 한ㆍ중FTA는 민감 품목 논의를 위한 사전협상절차가 하나 더 추가될 수 밖에 없는데, 그 자체가 험난한 여정이 된다는 것이다.

공청회 과정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농업인 등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 당사자들이 반발로 공청회가 열리지 못할 것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ㆍ미 FTA의 공청회는 반대 시위대가 공청회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무산을 거듭하다 가까스로 열리기도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에선 농림수산식품부와 지식경제부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고, 중국에서도 농업부와 상무부의 의견이 상충하고 있는 만큼 협상으로 들어가기는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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