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브라질이 이란 핵개발 대응을 놓고 심각한 수준의 불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과 터키가 지난 17일 미국의 대 이란 제재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란의 핵 물질을 터키로 반출하는‘합의’를 이끌어낸 것에 대해 미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다. 28일 AFP통신은 “미국과 브라질, 터키 간 균열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들의 견해 차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 문제를 논의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새 안보전략에 대해 연설을 하는 가운데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는 데 있어 우리(미국)와 브라질이 심각한 수준의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새 제재로 이란의 핵개발 의지를 무너뜨리려 했던 미국이 브라질과 터키, 이란의 3자 합의 때문에 헛물을 들이킬 공산이 커지자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이런 방식으로 이란에 국제사회 제재를 피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제재 안을 안보리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갈등을 초래한다고 브라질이 주장하지만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이날 브라질리아에서 만나 “브라질, 터키, 이란의 합의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어줬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보다 제재로 문제를 풀려는 미국의 방식에 양국 정상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미국 정부의 비난에 맞선 적극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AFP는 브라질과 터키가 미국 주도의 이란 제재에 외교적 무리수를 둬가며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남미 최고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나토 멤버로 힘을 키우는 터키가 독자적인 외교노선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27일 브라질 언론들은 “브라질, 터키, 이란의 3자 합의안은 원래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했던 것”이라며 미국이 브라질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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