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불법집회에 팔짱 낀 경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불법집회에 팔짱 낀 경찰

입력
2010.05.27 13:01
0 0

"글쎄, 그 부분에 대해 특별히 말 할 게 없다."

경찰의 답변은 간단했다. 짧았고, 내용도 없었다. "수만명이 모여서 불법 집회를 하는데 팔짱만 끼고 지켜보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경찰의 대답치고는 궁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27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 2만명이 운집했다. 애국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천안함 전사자 추모 2차 국민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단체 회원들로 매우 소란스러웠다. 불법 주차된 수십대의 참가자 차량으로 주변 도로에선 경적이 사방에서 울렸다. 광장과 접한 인도 역시 행사장에서 밀려나온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행인들은 집회군중을 피하느라 연신 갈지자 걸음을 했다.

이 행사는 서울시로부터 광장 이용 불허 판정을 받았고, 주최측은 경찰에 집회 신고도 하지 않았다. 집회의 불법성을 알고도 손을 쓰지 않고 있는 게 겸연쩍었던지 경찰은 "사후에 불법 집회라고 결론이 내려지면 주최측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대답을 겨우 내놓았다.

경찰의 이 같은 태도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집회 반성 촉구 발언에 항의해 청계광장 '1인 시위'에 참여한 진보단체 회원들에 대한 대응과는 180도 다른 것이다. 13일 청계광장에 피켓을 들고 모인 10여명의 1인 시위 참가자들에게 경찰은 "불법 집회"라며 강제 해산시켰다. 시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도 붙였다. 참가자들은 "1인 시위가 왜 불법이냐"고 항변했지만, 경찰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집회의 명분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절차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만 사회질서가 유지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경찰이 단체에 따라, 집회 내용에 따라 이처럼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누가 법의 공정한 집행자라고 하겠는가.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