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여수공장의 엔지니어드 스톤(Engineered Stone) 생산 현장은 늘 희멀건 연기가 가득하다. 반죽 모양의 혼합물들이 여러 기계를 오가며 뭉쳤다 펼쳤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방앗간 풍경이다.
지름 4m가 넘는 둥근 통의 스크루가 아크릴, 칩 등 재료를 뒤범벅하며 패턴과 디자인을 만들고 이어 대형 분쇄기 2대가 덩어리를 부순다. 잠시 후 혼합물이 평평한 판 위를 지나며 얇게 퍼지더니 네모난 통 안으로 들어간다. "진공 상태의 이 통이 2분~2분30초 동안 3,600rpm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반죽을 다진다"는 게 신충현 파트장의 설명. 다진 반죽은 거대한 통 안으로 흘러 가 섭씨 90도에서 30분 넘게 단단하게 굳어진 후 마지막으로 갈고 닦는 과정을 거친다.
신 파트장은 "유리(모스경도 6)보다 더 단단한 화강석(7)이라 이걸 갈 수 있는 건 다이아몬드(9) 뿐"이라며 "4개의 다이아몬드 드럼이 화려한 빛깔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드 스톤은 순도 높은 천연 규석을 원료로 만든 최고급 건축자재로 '건축 자재의 보석'이라고 불린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지만 자연에서 얻는 천연 대리석의 질감과 색감을 좇는 '허황된 꿈'을 꾸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 허세가 사치스러움을 낳고 큰 인기를 가져오고 있다. 국내 시장은 연간 600억 원 규모의 걸음마 단계. 하지만 세계 시장은 이미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해마다 10% 이상씩 가파르게 상승중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북미, 유럽 등 전통적으로 잘사는 나라는 물론 중국, 중동에서도 최근 소득 수준이 급성장하면서 '고급스러움'을 바라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자연의 화강석에서 방출되는 라돈(Rn)이 없는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지녔다.
씽크대 위에서 펼쳐지는 업체들의 '보석 전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제일모직, 한화L&C, LG하우시스 등 국내업체들은 인조대리석 시장에서 우위를 엔지니어드 스톤까지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제일모직은 최근 업계에서 처음 금속 효과를 내는 메탈릭 가공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엔지니어드 스톤 개발에 성공했다. 2008년 기존 인조대리석 기술을 한 단계 높인 엔지니어드 스톤 '레디언스' 생산을 시작한 이 회사는 메탈릭 기술로 입체감을 더해 더 고급스러워 보이도록 했다. 제품 이름도 '몽블랑 미스트', '아마존 트와일라잇'등 힘든 지역을 선택해 '평범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북미 전역에 2,000개 넘는 매장을 보유한 건축자재 최대 유통업체인 '홈 디포'와 판매 계약을 끝내고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힘 쏟고 있다.
한화 L&C는 올 초부터 '칸스톤'이라는 새 제품을 출시하며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4억원이넘는 182개의 다이이몬드로 치장한 영화배우 김희선을 모델로 등장시켜 화려한 이미지를 한껏 뽐내고 있다. 지금껏 대형 건설사에 납품하는 영업 전략을 주로 폈지만 일반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2008년 국내 회사 중 처음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해외 공장을 짓고 연간 65만㎡을 생산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엔지니어드 스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 주에 16만5,000㎡(5만 평) 규모의 새 공장을 짓고 있다. 4,000만 달러(약 470억원)가 들어간 이 공장은 이미 조지아 주에 있는 아크릴계 인조대리석 '하이막스(HI-MACS)' 생산 공장과 가깝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구축해 놓은 하이막스의 생산 인프라와 유통망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미국 공장 가동을 시작해 2013년까지 1,500억원 매출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LG하우시스는 또 올해는 국내 최초로 '10년 품질 보증제도'를 운영함으로써 고객 서비스에서도 앞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 엔지니어드 스톤
석영을 원료로 해서 천연 대리석의 질감을 내면서도 아크릴계 인조 대리석보다 더 단단하다. 물을 잘 흡수하지 않아 세균이 번식할 위험이 적고 화학 물질에도 오염이 적어 주방 싱크대 마감재, 식탁, 테이블 등 가구 마감재 물론 고급 호텔을 비롯한 건물의 바닥재, 벽체 등으로 쓰이는 고급 인조 대리석이다. 값은 아크릴계보다 2~3배 비싸다.
여수=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인터넷한국瞿?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