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이 법좌에 오르자마자 내려오신 뜻이 무엇인지 결제 대중은 하안거 내내 잘 참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불교 조계종의 최고 어른인 종정 법전 스님이 28일 하안거 결제를 앞두고 전국의 수행납자에 내린 법어다.
법전 스님은 26일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내려오시니'라는 하안거 결제 법어에서 부처님과 문수보살의 일화를 예로 들며 "문수처럼 뭔가 한 마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90일 동안 용맹심을 갖고 정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법전 스님이 든 일화는 부처님이 법상에 올라가 앉자마자 문수보살이 설법을 마치는 종을 치면서 "법왕의 법이 여시(如是)하나이다"(부처님의 법이 이러합니다)라고 말했고, 이에 부처님이 즉시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내용이다. 법전 스님은 "이는 오월 호시절의 아름다운 경치에 아랑곳없이 바로 낚시줄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온 그 소식"이라며 "'지혜제일'로 불렸던 문수만이 세존과 나눌 수 있는 말없는 법담(法談)"이라고 덧붙였다.
안거(安居)는 겨울 3개월(음력 10월 보름~이듬해 정월 보름)과 여름 3개월(음력 4월 보름~7월 보름)간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남아있는 수행문화다. 올해 하안거 시작(결제)일은 28일로, 각 사찰별로 방장 스님 등 큰스님을 모시고 결제 법어를 청한 후 3개월간 참선 정진에 들어가게 된다.
결제일을 하루 앞둔 27일 전국 사찰에서는 스님들이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했다.
태고종 종정 혜초 대종사도 26일 "'매서운 추위가 뼛속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떻게 매화 향기가 코를 찌르랴'라고 읊은 황벽 스님의 말처럼 고삐 끝을 붙잡고 밑이 드러날 때까지 한바탕 일을 치러서 마침내 고요해질 때까지 정진하면 그때 비로소 '따로 공부할 것이 없다'고 하는 소리도 귀에 들어올 것"이라며 "석 달을 한 길로 정진해 보라"는 하안거 법어를 내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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