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지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듯하다. 많은 국민이 라면이라도 사재기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한다. 그렇잖아도 흥행이 신통찮은 지방선거는 천안함과 함께 침몰했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덩달아 천안함도 악재가 됐다. 정말 이러다 남북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전쟁이 터지는 것은 아닌지, 공연한 기우만은 아닌 상황인 것 같다.
한국전쟁 60주년에 즈음해 남북의 시계는 언뜻 60년 전을 가리키고 있다. 북한이 왜 우리 군함을 두 동강 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북한 조평통 성명이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는 없다고 밝힘으로써 강경 대응의 자락을 깔아놓았다는 것이다.
과거 위기상황과 다르지 않아
이제 남북관계는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듯 '강 대 강'의 충돌과 확전으로 치달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 북한의 행태로 볼 때, 말의 위협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점쟁이가 아니지만, 단지 과거의 팩트에 근거해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늘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마냥 위기로 치닫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좋아지지도 않는 한계가 있다. 이 범위는 이른바 포용정책 시기에도 존재했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가 포용정책 탓에 남북관계가 좋아진 것처럼 떠들어 잠시 착시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도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이 있었고, 요즘 갑자기 '해전'으로 격상된 서해상 충돌도 있었다.
한편 냉전시대인 1980년대 말에도 고위급회담이 있었다. 그 결과 남북 기본합의서에 남북이 서명한 적도 있었다. 김영삼 정부 때는 정상회담도 예정됐지만 '서울 불바다' 발언도 있었다. 남북관계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진동해 왔다. 지금은 다른가? 어떤 근거에서?
과거에도 일정한 위기가 오면 난리가 났다. 대개 언론이 앞장서고, 전문가들이 뒤를 받친다. 좋아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남북관계에서는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정부가 취하려는 제재 조치는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남북 경협을 중단하면 북한의 돈줄이 얼마간 마르게 할 수 있다. 휴전선에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한다고 인민군 장병에게 큰 영향은 미치지 않겠지만, 북한 당국은 그 자체로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한미 연합훈련을 서해상에서 하면 북한도 이에 대응하는 훈련에 군비를 지출해야 한다. 북한 선박이 제주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면 우회하는 만큼 유류비와 시간이 더 들 것이다. 그러나 그 뿐이다.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은 우리가 북한이 저지른 소행인줄 모르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일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지만, 각오는 했을 것이다. 그러한 손실을 감내할 만한 다른 목적이 있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대응책은 강경대응 종합세트라고 부를 만하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말처럼 "강경하면서도 계산된 대응"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 강경하기는 하지만 계산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전략부재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시간 지나면 변화 시기 올 것
그러나 지금은 거칠게 대응할 때이다. 우리가 자제한다고 북한이 점잖게 나올 리 없고, 보수정부의 기반만 사라질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남북관계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변할 것이다. 월드컵과 6.25가 지난 뒤가 될지, G-20 정상회의를 준비할 때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날 때가 온다. 그 때를 고려하면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누울 자리보고 발 뻗으라고 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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