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와 웨지힐, 올 여름 신발패션의 키워드다. 전자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후자는 발랄하고 사랑스럽다. 양쪽 모두 트렌드의 정점에 올라 있다. 구두와 스타킹 속에 갇혀있던 맨발이 모처럼 싱그러운 노출을 감행하는 계절, '멋 좀 안다' 소리 듣는데 샌들 하나면 충분하다.글래디에이터, 킬힐과 만나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 샌들은 로마제국 병사들이 신던 신발에서 유래했다. 발가락을 노출시키는 신발(샌들) 형태야 이집트가 시원이지만 여기에 가죽과 징을 박아 강력한 이미지를 더한 것은 로마 시대다. 패션계에서의 유행은 2, 3년 전부터. 이름을 빌려 온 로마시대 검투사 영화 '글래디에이터'에 이어 2006년 그리스 영웅담을 그린 영화'300'이 나오자 그리스로마시대의 패션 스타일이 새롭게 해석되기 시작했고 여기에 1980년대식 솟은 어깨로 대변되는 '강한 여자' 신드롬이 더해졌다. 섹시하고 강력한 현대의 여전사들에게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필수품이 됐다.
올해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내공이 쌓이면서 다소 남성적이었던 디자인에서 벗어나 섹시하고 대담한 여성상을 표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하영 나인웨스트 상품기획담당은 "이전의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굽이 없고 남성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올해는 굽이 다양해지고 디자인도 훨씬 순화되면서 여성미가 넘친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스타일은 굽 높이 10cm 이상 킬힐을 도입하고 발목까지 가죽끈이 올라오는 제품들이다. 신발 앞창에도 굽이 있는 플랫폼 형태로 섹시하면서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낸다. 올 여름 허벅지를 시원하게 드러내는 숏팬츠와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는 것도 종아리가 짧아 보이는 위험 부담을 줄여준다. 또 예전에는 발 전체를 감싸면서 감기는 듯한 디자인 탓에 신고 벗을 때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지만 최근엔 샌들 뒤꿈치 쪽에 지퍼를 달아 편리함을 더한 것이 돋보인다.
발등을 덮는 글래디에이터 샌들의 유행은 록커 스타일 여름 부츠의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강주원 금강제화 디자인실장은 "더운 날씨에도 발등과 발목을 덮는 신발에 대한 거부감이 줄면서 글래디에이터 느낌을 살린 여름 부츠들도 인기"라고 말했다.
인기 스타일은 발가락이 노출된 샌들 형태에 발목을 감사는 앵클부츠가 결합한 듯한 제품류다. 대담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금속 스터드 장식이나 파충류 무늬가죽이 사용되고 가죽에 구멍을 뚫는(타공) 기법을 사용해 장식성과 통기성을 고루 갖춘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잘 소화하는 데 필요한 것은 꼭 한가지, '슈즈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워낙 존재감이 강한 만큼 상하의는 단순하게 연출해야 멋스럽다.
웨지힐, 엣지를 입다
웨지(wedge)는 우리 말로 하면 쐐기다. 물건의 틈을 막는 물건이다. 신발의 밑창과 굽이 틈 없이 하나로 연결된 여성용 구두라는 뜻에서 웨지힐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웨지힐은 일반적으로 전원이나 해변가에서 여유롭게 신는 신발 이미지가 강하다. 굽의 소재가 코르크나 나무 등 자연소재가 많이 이용된 탓이다. 그러나 올해 웨지힐은 도시적 세련미를 표현할 때 쓰는 엣지(edge)의 대명사로 뜨고 있다. 결혼으로 더 유명해진 스타 고소영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올 때 신은 스니커즈형 웨지힐이 온라인 쇼핑몰을 달궜는가 하면 킬힐에 가죽을 덧대 미래주의 건축물처럼 디자인된 웨지힐이나 글래디에이터 샌들과 결합된 웨지힐 등 단순 도시적이고 세련된 감성을 선사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김해동 온라인종합쇼핑몰 디앤샵 상품기획자는 "최근 여성 샌들 카테고리에서 상위 10위권 제품 중 웨지힐이 1위를 포함해 4개나 올랐다"면서 "앞굽이 있어 발목의 꺽임 위험이 적고 발바닥 전체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는 데다 디자인도 한결 날렵해진 것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스타일은 크게 세가지다. 캐주얼한 스니커즈형과 프린지 장식을 달아 화려함을 살린 것, 굽에 색상을 넣거나 번쩍이는 에나멜 소재를 사용하는 등 굽 자체에 포인트를 준 것이다.
웨지힐을 멋스럽게 신는 방법 역시 신발 자체에 주목하는 것이다. 독특한 굽의 모양새를 드러내는 것이 포인트로 미니스커트나 긴 바지라도 밑단을 접어 종아리와 발목의 매끄러운 선과 함께 신발이 온전히 보이도록 연출한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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