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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웃고 고객도 웃고… 'G-CRM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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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웃고 고객도 웃고… 'G-CRM 효과'

입력
2010.05.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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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 초 신한은행의 A지점은 이색 캠페인을 벌였다. 인근 아파트 단지 전체가 아니라 일부 동에 사는 주민들에게만 대출 이자를 기존보다 0.2%포인트를 낮춰주기로 한 것. 고객 정보를 지도상에 한눈에 보여 주는 G-CRM 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유독 해당 동에 사는 주민들의 경우, 최근 3년간 연체율이 제로였을 만큼 '초우량 고객'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 얼마 전 국민은행 B지점은 인근의 KB카드 가맹점을 상대로 'KB가맹점 우대통장 유치 마케팅'을 펼쳤다. KB카드 가맹점이면서도 국민은행 아닌, 다른 은행 결제계좌를 쓰고 있는 가맹점주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G-CRM 시스템을 도입하니까 특정 지역의 취약 고객층을 육안으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젠 이런 특정 고객,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가능해져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G-CRM' 바람이 불고 있다.

G-CRM이란 고객 유형별 분포를 지도상에 그려줌으로써,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하게 하는 고객관리방식. 고객이 많은 백화점 등에선 전부터 활용되고 있었지만, 이젠 그 효용성이 입증됨으로써 금융권까지도 속속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2008년 국민은행이 처음으로 G-CRM을 도입한 데 이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미 구축을 완료했다. 우리은행도 10월까지 G-CRM을 완성한다는 계획 아래, 최근 시스템개발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빅4' 시중은행이 이제 모조리 G-CRM을 고객관리 및 마케팅을 위한 핵심도구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왜 G-CRM인가

은행들이 G-CRM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G-CRM 자체가 단순한 '고객 관리'를 넘어, '고객 창출'을 위한 중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업종간 장벽이 무너지고 다양한 금융 상품의 출현함에 따라 이젠 고객확보 경쟁이 은행간 차원을 넘어 은행 보험 증권을 망라하는 범 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고객관리와 확보를 위한 방법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시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냥 창구를 앉아서 찾아오는 고객에게 마구잡이식으로 예금이나 카드, 펀드가입을 권해선 아무 성과도 낼 수 없다"면서 "체계적으로 고객층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맞춤형 접근해야 하는데 G-CRM이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뭐가 달라졌나

종전 같으면 고객을 직업별로, 소득별로, 예금이나 대출규모 별로 구분하는 게 고객분석의 전부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G-CRM은 기본적으로 '공간'개념이 가미되어 있어 A지역엔 회사원이 많은지 자영업자가 많은지, B아파트 단지에는 1억원 이상 예금자가 얼마나 많은지, C아파트에는 고객 연체율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지도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조건입력에 따라 ▦1,000만원대 예금자 ▦5,000만원대 예금자 ▦1억원 이상 예금자 식으로 얼마든지 세분화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변수를 입력하면, 'A지점 반경 500m이내에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인 40대 남성 고객 분포'까지도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G-CRM의 또 하나 장점은 단지 은행 거래 관계 뿐 아니라, 그 지역 거주자들의 특성파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G-CRM을 구축할 때 지도 정보 뿐 아니라 통계청의 소득별, 직업별 자료를 함께 넣으면 은행거래가 없는 고객군까지 보다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다.

예컨대 은행지점을 찾은 사람이 전세비율이 높은 지역 아파트에 산다고 확인이 되면 주택담보대출상품보다는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권유하고, 소득은 높은데 투자자산이 거의 없는 지역주민이라고 확인되면 펀드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신한은행 멀티채널부 관계자는 "G-CRM을 도입하니까 고객에게 쓸데 없는 상품을 권유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면서 "이것 만으로도 고객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져 은행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G-CRM의 활용가능성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입력되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지만, 인구통계 사업체 통계 심지어 생활양식이나 심리정보까지 확대되면 사실상 '무한대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고객입장에서도 그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윈-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G-CRM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고객관리시스템(CRM)을 더한 개념. 기업들이 지리정보를 활용해 고객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고객의 다양한 개인정보를 공간에 표시해주고, 해당지역의 특성까지 가미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고객분석 및 관리가 가능하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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