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선진국형 암으로 꼽히던 대장암이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늘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암 발생 순위 4위였는데, 2005년에는 위암에 이어 2위까지 올라섰다. 이 기세라면 1위 자리를 넘볼 날도 머지않은 듯싶다.
대장암 신호탄인 용종 발생률도 증가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용종 절제 환자가 2006년 12만4,964명에서 2008년 20만6,341명으로 3년 새 2배가량 늘었다.
대장암을 극복하려면 조기 발견과 수술 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장질환 전문 한솔병원 대장암 복강경수술센터 조용걸 소장은 "환자가 병의 원인과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치료법을 알고 있어야 의사와 상담할 때에 이해가 쉽고, 수술 후 관리와 회복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한솔병원은 환자에 맞는 최적의 수술법을 찾고, 수술 후 관리 프로그램으로 회복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대장암 조기 발견해 수술하면 95% 생존
대장암은 조기 발견해 수술하면 생존율이 95%에 달하는 '착한' 암이다. 하지만 발견이 늦어질수록 생존율이 낮아지고, 말기가 되면 5% 이하로 뚝 떨어진다. 따라서 50세가 넘으면 매년 대변 잠혈검사(대변 속에 있는 혈액을 검사해 대장암을 파악하는 검사)와 직장경 검사를 하고,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장암은 진행정도에 따라 0~4기로 나눈다. 0기(조기)는 암세포가 장 점막이나 점막하층에만 있는 초기 상태로, 내시경 절제술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물론 치료 후 5년 간 관찰이 필요하다. 1기는 암세포가 근육과 다른 부위로 침범했지만 아직 장 내에 있는 단계다. 1기에는 개복수술을 비롯,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등 적합한 수술법을 택해 암이 생긴 부위를 제거한다.
암세포가 장을 뚫고 나온 2기와 림프절을 타고 이동하는 3기에는 수술한 뒤 최종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재발 방지를 위한 항암치료를 거쳐 5년 간 관찰해야 한다. 직장암이면 상황에 따라 수술 전후에 방사선치료를 할 수도 있다. 대장의 암세포가 간이나 폐 등으로 전이된 4기에는 수술보다 항암치료가 더 효과적이다.
보편적이고 확실한 대장암 치료법은 암세포가 생긴 부위를 수술로 도려내는 것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수술로는, 복부에 0.5~1.5㎝ 크기의 작은 구멍(절개창)을 낸 뒤 수술기구를 넣어 암세포가 생긴 부위를 없애는 복강경수술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현재 시행하는 대장직장암수술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복강경수술은 수술 부위가 작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도입된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좁은 골반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지만 수술비가 비싼 게 흠이다. 한솔병원은 2001년 대장암 복강경수술을 국내에 선도적으로 도입한 이래 1,000여 명 환자 가운데 85% 이상을 이 방법으로 수술하고 있다.
대장암 환자 4일 정도 일찍 퇴원해도 괜찮아
의료 선진국에서는 최근 수술 후 환자를 얼마나 빨리 일상에 복귀시키느냐가 화두다. 일찍 퇴원하면 입원비 절감 등 환자에게 여러모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한솔병원은 2006년 9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폴 딜레이니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교수팀과 '표준화 조기 회복 프로그램'을 공동 연구하고, 2008년 3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병원에 적용해 지금까지 환자 170명의 입원기간을 나흘 정도 단축했다.
표준화 조기 회복 프로그램은 조기 식사와 조기 운동, 수액 제한, 적절한 통증 조절, 약물요법 등으로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의 각 항목은 담당 주치의가 하루에도 서너 번씩 수술 받은 환자를 직접 방문해 점검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 환자에게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포함해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기며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퇴원 후 환자와 긴밀한 연락할 수 있도록 해 조기 퇴원으로 인한 위험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09년)에 따르면, 한솔병원은 대장직장암 치료를 위한 수술(결장절제술, 부분 결장절제술, 직장절제술) 후 입원일 수가 전국에서 가장 짧고, 수술비도 서울권역에서 가장 저렴하다. 한솔병원의 입원일수는 결장절제술은 10.1일(병원급 평균 15.7일), 부분 결장절제술은 10.2일(병원급 평균 13.1일), 직장절제술은 11.1일(병원급 평균 14.4일)이고, 진료비는 469만원(병원급 평균 55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 환자를 일찍 퇴원시키면 합병증과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조 소장은 "대장암 수술 후 통상적인 과정으로 퇴원한 환자와, 조기 회복 프로그램에 따라 평균 4일 정도 일찍 퇴원한 환자 사이에 합병증과 재입원율은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이 프로그램을 적용할 경우 오히려 수액 사용량은 절반으로 상처 감염은 7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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