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이 한계를 드러낸 것일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무주택 서민을 위한 새로운 주택공급 통로로 부상한 보금자리주택이 유효성 논란에 휘말렸다. 두 번째 공급 만에 대거 미분양 사태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존 방침대로 2018년까지 150만가구를 쏟아낼 경우 대규모 공공 미분양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본보 4월12일자 19면 참조)
시장의 외면
2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6곳의 일반공급 사전예약 결과, 총 6,338가구에 1만2,166명이 신청해 평균 1.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인 내곡지구(9.8대 1)와 세곡2지구(12.4대 1)를 제외하면 경기권에서는 미분양 사태가 빚어졌다. 남양주 진건지구(559가구), 부천 옥길지구(46기구), 시흥 은계지구(728가구) 등 3곳에서 총 1,333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앞서 17일 끝난 특별공급 사전예약에서도 경기권 지구에서 미달사태가 잇따랐다. 남양주 진건(0.4대1), 부천 옥길(0.8대1), 시흥 은계(0.4대1)가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구리 갈매(1.1대1)도 간신히 미달을 면했다.
미분양 원인
보금자리주택의 성과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주요 원인으로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분양가와 ▦비인기 외곽 입지 ▦높은 전매제한 탓 등이 꼽힌다.
2차 보금자리주택 예정 분양가는 서울 세곡2ㆍ내곡지구는 3.3㎡당 1,140만~1,340만원, 구리 갈매와 남양주 진건지구는 850만~990만원, 부천 옥길과 시흥 은계지구는 750만~890만원이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주변 시세의 50~60%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수도권은 시세의 80~90% 또는 비슷한 수준이다. 특별히 싸지도 않은 데 수요자가 몰릴 턱이 없는 것이다.
장기간 전매제한(7~10년)과 실거주 의무기간(5년) 조건도 내심 투자매력을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가격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청약자들이 돈이 될만한 곳(강남)으로만 몰린 탓이 크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금자리 발(發) 대량 미분양 우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나마 인기 있는 강남권에서는 추가 공급이 불가능한데도, 정부가 150만가구 보급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1, 2차 분양을 통해 확인됐듯이 경기권에서는 보금자리 주택도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 ‘대통령 의지’를 이유로 정부가 공급 규모를 축소하지 않을 경우 공공 아파트 부분에서 대량 미분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공급물량 달성에만 얽매이지 말고, 달라진 시장상황을 반영해 당초 공급 계획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정확한 수급 조절 없이 보금자리주택이 쏟아진다면 보금자리주택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와 국가 경제의 부담을 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소장도 “제한된 입지 여건(도심 반경 20㎞권의 그린벨트 훼손지)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입지도 수요자 관심이 낮은 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 비인기 지역은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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