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중국에 쩔쩔맸다.
중국 베이징에서 24~25일 이틀간 진행된 제2차 미중 전략ㆍ경제 대화는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매김한 양국 간 역학관계가 중국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미국은 에너지, 환경 등에서 합의문을 이끌어 내면서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지만, 천안함 사태, 이란 핵 문제, 위안화 절상 등 주요 이슈에서 중국 측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양국은 녹색협력 파트너 계획 실시를 위한 양해각서를 비롯해 에너지ㆍ세관 협력 등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총 26개의 안건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제한 해제, 중국 정부조달 관련 국내외 기업간 공정 경쟁 등의 문제에서도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그러나 주요 핵심 의제에 대해서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지 못하고 끌려 갔다는 것이 WSJ을 비롯한 대체적 평가다. 특히 가장 큰 쟁점이던 위안화 환율절상 문제에 대해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 대표단은 유럽 재정 위기로 수출에 타격을 입은 중국을 고려해 "중국 정부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결론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점진적으로 환율 문제를 개혁하겠다"는 중국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며,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환율 조작국으로 선언하겠다"는 미 의회의 입장과도 사뭇 다른 것이다.
천안함, 이란 핵문제 등과 관련해 북한 및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를 놓고도 중국은 미국의 주장을 외면했다. 북한 어뢰로 침몰한 천안함 문제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회담에서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북제재가 불가피하다고 강하게 주장했으나,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은 "한반도의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만 밝힌 채 북한 제재에 대한 언급은 회피했다. 이란에 대한 유엔차원의 제재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이란과의 교역ㆍ우호 관계를 고려해 동참에 난색을 표했다.
WSJ은 "중국은 이번 대화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 문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것까지도 문제 삼는 등 줄곧 자국의 입장만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는 것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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