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ㆍ광양ㆍ인천항 등에 밀려 만년 2류 항만 취급을 받던 평택항이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평택항은 2,400만 인구의 수도권을 배후로 삼고 있는데다, 날로 늘어나는 중국과의 교역량을 발판 삼아 동북아 거점 항만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24일 경기평택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평택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4만1,827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로 2008년 11월 컨테이너선이 첫 취항한 이래 월 최고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3월 처리량(3만4,670TEU)에 비해서는 21%, 지난해 동월(9,307TEU)과 비교하면 29%나 증가했다. 올해 1~4월 컨테이너 처리량 누계도 12만9,774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누계보다 23% 늘어났다.
평택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국내 주요 항만들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낸 지난해에도 유일하게 6%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부산항(-11.2%) 광양향(-0.1%) 인천항(-7.1%) 울산항(-20.8%) 등은 2008년에 비해 지난해 물동량이 일제히 줄었다. 현재 평택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국 28개 무역항 중 4위권이고, 자동차 수출량은 울산항에 이어 2위 규모다.
신규 항로 개척도 눈에 띈다. 2008년 1월 서해항만 중 처음으로 미국 동부지역 정기 컨테이너선 항로를 개설했고, 같은 해 8월 서해에서 최초로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지중해와 유럽까지 컨테이너 바닷길을 열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지난달 수도권을 등에 업고 있는 평택항을 선택했다. 도요타는 연간 1만5,000대의 차량을 평택항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1986년 국제무역항으로 개항한 평택항은 서해안에 있지만 조수간만의 차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항만이다. 서해의 다른 항만들과 달리 평균 수심 14m를 유지해 대형 선박들이 언제나 안전하게 접안 가능하다. 여기에 아산만 깊숙이 자리잡아 폭풍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 배후에는 국가산업단지 7개와 지방산업단지 90개가 둥지를 틀고 있어 물동량 확보에도 유리하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개항 당시 8개였던 선석은 20여 년 만에 33개로 늘었다. 경기도와 평택시는 2020년까지 선석을 74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정호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은 “평택항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젊은 항만으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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