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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25일 서울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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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25일 서울서 개막

입력
2010.05.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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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 극작가 김정옥-아프리카 공연예술硏 회장 겡가네 대담

아프리카의 전통 춤과 노래를 서구 드라마 형식에 담은 작품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극교육으로 명성을 얻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장 피에르 강가네가 25~28일 서울에서 열리는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집단창작 연극으로 유명한 원로 극작가 김정옥씨는 강가네와 오랜 친분을 맺어왔다. 문화도 역사도 전통도 전혀 다른 환경에서 활동해 왔지만, 두 사람은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가치 실현에 예술교육이 큰몫을 담당한다는 점에 뜻이 일치하는 연극인이다. 김씨와 강가네가 대회장인 코엑스에서 만나 예술교육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_ 두 분은 언제부터 인연을 맺으셨습니까.

▦김정옥= 제가 유네스코 산하 국제극예술협회(ITI) 세계본부에서 일하던 1980년대 후반 겡가네가 아프리카 책임자로 왔습니다. 아프리카 연극계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연극인이기 때문에 교분을 갖게 됐습니다.

▦겡가네= 김 선생님은 아시아, 저는 아프리카 출신이지요. 서구 중심주의에 비판적이고 개별 문화의 주체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뜻이 맞았습니다. '무엇이 될꼬 하니', '바람 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등 유럽 무대에 오른 김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았지요.

_ 예술교육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겡가네= 예술은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예술교육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를 교육시키는 수단입니다. 모든 나라들이 예술교육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지요.

▦김정옥=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예술이라면 소비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예술만큼 생산적인 것은 없습니다. 인류 문화유산의 상당부분은 예술에 빚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문명을 결합시켜주는 것이 예술이지요. 예술교육을 통해 길러진 창조성은 과학과 기술의 원동력이 됩니다.

_ 각국의 예술교육 현황은 어떻습니까.

▦김정옥= 걱정입니다. 우리나라는 50년 전보다도 더 후퇴한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학예회 같은 것을 중시했고, 중ㆍ고등학교에서도 연극반의 전통이 강했지요. 이런 것들은 모두 정서적인 교육인데, 오히려 먹고 살 만하게 되니까 경쟁만 강조하고 예술교육 같은 것은 뒷전이 됐습니다. 우리 교육은 암기가 전부가 돼버렸어요.

▦겡가네=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에는 관심이 있지만 예술과목에는 아직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규수업에 음악이나 미술 과목이 전혀 없습니다. 예술가들이 예술학교를 세워 도제식으로 후진을 양성하는 게 전부입니다. 부르키나파소에는 제가 운영하는 연극학교(C.F.R.A.V)를 비롯해 이런 사설 예술교육기관이 5개 정도 있습니다.

_ 연극을 다른 장르와 비교할 때 예술교육 수단으로서 장점은 무엇인가요.

▦김정옥= 예술교육의 중요한 목적은 인간과 인간의 소통입니다. 모든 예술이 마찬가지지만 연극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양자의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장르이지요. 구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회의에서 당 간부들이 자기 생각을 잘 말하지 않자 연극을 관람하도록 했다지요. 연극의 소통성을 함축하는 일화입니다.

▦겡가네= 요즘은 미술, 음악, 무용을 결합하는 총체적 예술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연극의 가치는 월등합니다. 부르키나파소는 60여 개의 언어가 있어 국민들이 통일된 정체성을 갖도록 만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춤이 가미된 연극 연습을 시켰더니 금방 하나가 되더군요.

▦김정옥= 인간과 인간의 소통은 예술과 문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교류는 정치가들의 심리에 의해 좌우되기 쉽고, 경제적 교류는 이익이 없다고 생각되면 중단되기 마련이지요. 문화적으로 동질감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예술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정옥

▦1932년 광주 출생 ▦서울대 불문과 졸업 ▦국제극예술협회 세계본부 회장 역임 ▦극단 '자유' 예술감독 ▦박물관 '얼굴' 관장 ▦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중앙대 명예교수

● 장 피에르 겡가네

▦1947년 부르키나파소 와가두두 출생 ▦부르키나파소 문화부 및 고등교육부 장관 역임 ▦현 와가두두대 교수, 아프리카 공연예술연구회 회장

정리= 이왕구기자 fab4@hk.co.kr

■ '생각의 탄생' 저자 루트번스타인 부부 간담회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인 영국의 물리학자 로렌스 브레그는 미술가인 어머니로부터 회화를 배웠다. 최초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의 J H 반트호트는 플루트 연주에 능숙했고 4개국어로 시를 쓸 정도로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의사였던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아마추어 이상의 오르간 실력을 지녔고, 시인 타고르는 자신의 시를 노래로 만드는 탁월한 작곡가이기도 했다.

창의력의 힘이 철학, 역사, 과학에 두루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 세계적 베스트셀러 의 저자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이들은 25일 열린 개막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술과 관련된 취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을 전공한 남편 로버트, 역사학을 전공한 부인 미셸은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각각 생리학과,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부부는 그들 자신도 예술적 소양을 통해 촉발된 상상력의 힘이 '본업'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10년째 첼로를 배워왔다는 로버트는 사진, 플라스틱 모형 제작, 모자이크 관찰 등이 취미이고 미셸은 피아노 연주와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俳句)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모자이크 관찰이나 플라스틱 모형 제작 같은 취미는 단백질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세포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슈퍼컴퓨터를 쓰는 과학자들보다 더 빨리 모델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로버트) "예술은 역사책을 쓰는 데도 도움이 되지요. 주어진 사실로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일을 종합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미셸)

음악, 미술 등 예술과 관련된 취미가 있는 학생일수록 우수한 학생이었다는 것도 이들이 경험적 연구 끝에 끌어낸 결론이다.

이번 유네스코 대회의 주제인 예술교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발성이 결여된 예술교육은 창의성과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아무리 예술교육이 중요하다고 해도 학생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게 하고, 원하는 노래를 부르게 해야 합니다. 자발성 없이 '어떻게 배우는가, 어떻게 그리는가'만 가르치는 교육은 결코 창의력을 길러주지 못합니다."

예술을 과학이나 산업기술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들은 우려를 표현했다. "예술을 경제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의력은 그런 접근에서만 나오는 법이지요."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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