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단의 원로 전혁림 화백이 25일 오후 6시께 경남 통영 세계로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통영 출생으로 통영수산전문학교를 졸업한 고인은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1949년 제1회 국전 입선을 시작으로 2회에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고, 4회에 특선을 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평생 고향 통영을 떠나지 않고 고향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던 고인은 젊은 시절에는 동향인 작곡가 윤이상, 시인 김춘수 등과 교유했다.
'통영의 화가' '바다의 화가'로 불린 고인은 서양화 기법과 우리 전통의 미를 결합한 작품세계로 잘 알려졌다. 통영의 바다를 연상시키는 짙은 청색 등 전통적 오방색을 바탕으로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었으며, 고기잡이배 등 바다 풍경을 비롯해 목기, 보자기 등 전통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업을 계속했다.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로 대규모 개인전을 가졌고, 2005년에는 경기 용인시 이영미술관에서 '구십, 아직은 젊다'전을 여는 등 최근까지도 붓을 놓지 않고 국내 최고령 현역 작가로 활동했다. 2005년 전시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를 본 후 1,000호(가로 7m 세로 2.8m) 크기의 대작 '통영항'을 구입, 화제가 됐다. 이 그림은 노 대통령 당시 외국 귀빈을 접대하는 청와대 인왕홀을 장식했다.
"붓을 쥐고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던 고인은 그러나 올해 들어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4월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화가인 아들 영근(53)씨와 '아버지와 아들, 동행 53년'전을 열었는데, "눈 감기 전에 아들과 같이 전람회를 하고 싶다"는 뜻으로 연 이 전시가 그의 마지막 전시가 되고 말았다.
통영시 봉평동에는 2003년 그의 이름을 단 '전혁림미술관'이 건립돼 작품 100여 점이 상설전시되고 있다.
유족은 영근씨 등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통영 숭례관에 마련됐다. 발인 29일 오전 11시, 장지는 경남 고성군 이화공원묘원. (055)643-1024
김지원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