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취임한 김옥신(56ㆍ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24일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7월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상임위원을 포함한 임명 고위직 가운데 자진 사퇴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 총장의 사퇴가 현병철 위원장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져, 인권위는 '인권에 무관심한 인권위'라는 외부 비판에다 조직 내부의 진통까지 겪게 됐다.
24일 복수의 인권위와 인권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장은 이날 오전 상임위원과의 간담회와 오후 3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사퇴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김 총장은 지난주 몇몇 지인들에게 이미 사퇴의사를 내비쳤으며 주말 내내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 사무총장 임기는 따로 규정돼 있지 않지만 통상 위원장의 임기에 맞춰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총장은 그 동안 국가정보원의 박원순 변호사 상대 명예훼손 소송, 정부의 사형집행 가능성 시사와 보호감호제 부활 추진, 용산 참사, MBC PD수첩 재판 등 사회적인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인권위가 침묵한 것에 대해 현 위원장에게 강한 불만을 내비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총장은 (이들 현안들에 대해) 심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위원장이 이를 강하게 거부해 갈등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올 봄 인사나 조직 성과 평가에서 사무총장의 역할이 완전히 무시되는 등 김 총장과 현 위원장 사이에 이견이 극심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사퇴에 대해 인권단체 등 외부의 시각은 대체로 "현 위원장의 조직 운영 방식의 병폐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인권위에 정통한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김 총장은 임명 당시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환영 받은 인사는 아니었다"면서도 "이런 총장마저 사퇴를 한다는 건 그만큼 위원장의 독단이 심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인권위의 권고가 경찰 등 외부기관에 의해 잇따라 거부되는 등 인권위의 위상추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인권위는 내우외환의 처지에 놓였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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