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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미얀마 보갈레이에 학교를 선물해주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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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미얀마 보갈레이에 학교를 선물해주신 분들

입력
2010.05.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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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2일 미얀마의 보갈레이 지역에 사이클론 나르기스 강타, 사망 7만8,000여명, 실종 5만6,000여명, 이재민 250만명.'

외신 한 귀퉁이에 실린 그들의 비극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미얀마정부가 해당 지역을 외국인출입금지구역으로 선포한 데다, 보름 뒤 터진 중국의 쓰촨성 대지진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탓이다. 그 해 보갈레이는 쓰촨성과 더불어 2008년 가장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낸 땅으로 기록됐다.

무관심을 딛고 그곳으로 달려간 이들이 있었다. 국제구호개발단체 굿네이버스는 미얀마정부를 설득해 2008년 5~12월 긴급구호에 나섰다. 올해부터는 2014년 마무리를 목표로 특히 피해가 심했던 보갈레이의 메다수 마을 재건을 위한 삽을 떴다. 이달 15일은 마을의 첫 경사였다. 초등학교 4학년 아수마웅(11)이 그 동안 겪은 사연을 편지형식으로 소개한다.

To 미얀마 보갈레이에 학교를 선물해주신 분들

나르기스가 오던 날은 너무 무서웠어요. 엄마 아빠, 남동생 둘과 집에 있는데 지붕이 날아가버렸어요. 마을에서 온전한 집은 우리 가족이 숨은 이웃집까지 고작 세 곳이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어요. 우리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나르기스(Nargisㆍ우르두어)는 수선화란 뜻이래요. 난폭한 사이클론의 이름 치고는 참 예쁘죠.

나무로 지은 학교도 사라졌어요. 임시천막을 지었는데 전교생이 212명(1~8학년)이라 앉을 곳도 없고 너무 더웠어요. 비가 내리는 일년의 절반(우기)은 거의 수업을 못했어요. 나르기스가 떠나고 5개월 뒤에 오신 민웨(44) 교장선생님은 "학교는커녕 마을에 건물 자체가 거의 없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해요.

그런데 '짠~'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15일에 메다수초등학교란 간판이 달린 근사한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선 거에요. 굿네이버스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함께 지어 선물한 거래요. 이날 저와 아이들은 건물 구석구석을 만져보고 기대보고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답니다. 당장이라도 책을 펴고 공부하고 싶어요.

좋은 선물을 하셨는데 한국 사람들은 자꾸 미안하대요. "운동장도 없는 소규모(66㎡) 단층건물에, 책상과 걸상도 아직 갖추지 못했고, 낮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하는데도 마을 전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한대 못 달았다"고요.

괜찮아요. 그래도 분필로 마음껏 적을 수 있는 초록 칠판이 있잖아요. 책걸상도 차츰 들어올 거고, 무엇보다 865명(216가구)이 모여 사는 우리 마을엔 그간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만 있었지, 단단한 콘크리트건물은 없었거든요. 마을 어른들은 또 나르기스가 오면 학교가 모두 숨을 수 있는 곳(대피소)이래요.

우리 마을을 찾은 굿네이버스 회장님(이일화)은 "2008년 긴급구호는 응급처치, 2010~2014년 지역개발사업은 자립을 위한 본격적인 치료"라고 했어요. 학교 건물은 그 첫 성과래요.

참 보트도 지원해 주신대요. 우리 마을은 강 하류에 있어서 육로보다 수로가 더 발달돼 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은 대부분 '셀리'라 부르는 조그만 보트를 타고 등교합니다. 아이들이 직접 노를 저어서 이동하는데, 중심을 잘못 잡으면 배가 금세 뒤집혀요. 이수오 굿네이버스 미얀마지부 사무장은 "노 젓는 게 서툰 아이들이 등교 길에 사고를 많이 당하는데, 생명과 직결된 것인 만큼 보트지원계획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했어요.

옆 마을 친구들을 위한 일도 계속 하신대요. 태빈3마을엔 수심이 깊은 개천을 주민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콘크리트 다리를 짓고 있어요. 그전엔 말 그대로 외나무다리에 손잡이용 난간 줄만 간신히 달려있어서 아이들이 학교를 가다가 발을 헛디뎌 사고를 당하곤 했거든요.

마을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나있어요. 우리 마을 개발사업이 5년에 걸쳐 진행돼 학교와 집, 다리가 생기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작물(소득증대작물)도 맘껏 기를 수 있다는 바람 때문이죠. 그래서 주민들은 한국의 선한 이웃들이 학교만 선물한 게 아니라 희망을 일깨워준 은인이래요. 우리 마을뿐 아니라 보갈레이 지역엔 앞으로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2곳이 새로 생기고, 부서진 집들도 고쳐준대요. 돼지도 기르고 과일도 재배하게 되면 언젠가 우리 지역에 전기도 들어오겠죠.

6월 1일 개학이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열심히 공부할 거에요. 언젠가는 한국에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우리 마을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차로 4시간30분을 달린 뒤 보갈레이 시내에서 다시 3시간 정도 배를 타야 올 수 있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보갈레이 지역주민처럼 어려움을 이기고 홀로 서려는 제3세계 주민들에게 누구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고 하네요. 후원문의 (02)6717-4000(www.gni.kr), 국민은행 463537-01-002778(예금주 굿네이버스)

보갈레이(미얀마)=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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