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담화에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에 사과', '관련자 즉각 처벌' 등 두 가지를 북측에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사과의 주체를 특정하지 않고 '북한'이라고만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의 통치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ㆍ간접적인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사과 수위 문제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황강댐 무단 방류 당시 북한의 유감 표명 수준으로는 우리측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무장공비 청와대 침투 기도 사건이 전례가 될 수 있다. 김일성 당시 주석은 사건 발생 4년 뒤인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직접 "대단히 미안한 사건이며 좌익 맹동분자들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례를 감안할 때 북한이 이번 사태를 일부 세력의 소행이라고 규정하고 책임을 전가시키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검열단 파견 등을 요구하며 연루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북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인하는 사과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이 계속되고, 여기에 중국의 압박마저 가해진다면 마냥 이를 외면하긴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북측에 즉각 처벌을 요구하면서 '관련자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 위원장에게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성의를 보이라는 식의 우회적인 출구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현재로선 북한 정찰총국이 천안함 사태의 주범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북한의 정찰총국이 주도했다는 명확한 결론을 얻지 못했지만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폭파 전례로 볼 때 정찰총국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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