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선 북풍과 노풍이 분다는데 여기에선 세종시 바람만 못 하지유."
23일 오전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던 택시기사들은 민심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세종시 문제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화두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다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찬성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연기군청 앞에서 만난 60대 주부는 "수정안에 따라 기업들이 내려와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이웃들에게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기엔 눈치가 보인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조치원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50대 주부는 "정부의 지원을 생각하면 한나라당 후보를 찍는 게 낫겠지만 아무래도 세종시 때문에 야당 후보를 찍어야 할 것 같은데유"라고 말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을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당보다는 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근소한 차이로 1,2위를 다투고 있는 민주당 안희정,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의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이 엇갈렸다. 대체로 젊은 층은 안 후보, 장년층은 박 후보 지지 쪽이 많았고,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는 조금 처지는 느낌이었다.
조치원 재래시장에서 청과상을 하는 50대 남성은 "민주당 안 후보와 자유선진당 박 후보는 알려진 인물인데 한나라당 박 후보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박해춘 후보는 갑자기 공천을 받고 서울에서 내려와 지역 물정을 잘 모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논산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30대 이모씨는 "안 후보 고향이 논산이라서 우리 지역은 민주당 지지가 많다"며 "한나라당은 세종시 때문에 거부감이 있고, 선진당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보는 사람들이 안 후보를 지지 한다"고 전했다. 지역별로는 논산 계룡 금산 등지에서 대체로 안 후보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연기군으로 이동했더니 상황은 달랐다. 시내에서 선진당원들의 선거유세를 지켜보던 김종성(42)씨는 "연기 출신인 박상돈 후보를 밀어줄 생각"이라며 "아무래도 충남에선 선진당에 표를 줘야 한다는 게 지역 정서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텃밭 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적지 않았다. 부여 청양 예산군에서 특히 이런 기운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 같았다.
천안시 쌍용동을 찾았을 때는 한나라당 박 후보가 자신이 지역 살림을 책임질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유세를 벌이고 있었다. 쌍용동 롯데마트 사거리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박 후보가 금융권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지역 행정을 맡아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세종시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후보측은 '2강 1중' 구도를 인정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결과 부동층 비율이 30%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부동층의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천안ㆍ공주ㆍ연기=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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