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대북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북한 선박의 우리측 해역 운항을 금지시키기로 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24일 "북한이 상선을 모항으로 활용하거나 우리 해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북한 선박들이 수년간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 해역을 드나들며 북한 당국에 정보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따라 운항 금지 내용을 이날 남북 해사당국 간에 설치된 통신망을 통해 북측에 통보했다. 이번 조치로 북한은 남포, 해주, 고성, 원산, 흥남, 청진, 나진 등 7개 항구에서 우리의 인천, 군산, 여수, 부산, 울산, 포항, 속초 등을 오가던 선박들에 대한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2005년 남북해운합의서 체결 이전처럼 남측 영해(12해리) 바깥쪽에 설정된 '작전구역(area of operation)' 밖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제주해협은 북한이 통항 불허 조치로 가장 뼈아프게 생각할 항로다. 제주해협 코스를 활용하면 동ㆍ서해를 오갈 때 우회할 필요가 없다. 항해 거리가 약 53마일 정도 짧고, 항해 시간도 4시간 이상 단축돼 연료비와 물류비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북한 선박들은 해운합의서 발효 이후 총 676차례 제주해협을 통과했다.
정부 당국자는 "제주해협 진입 금지 조치에 따라 북한이 연간 부담해야 할 추가비용은 60만~100만 달러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반발이다. 북한은 제주해협 통항이 좌절될 경우 해운합의서 위반과 국제법상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을 근거로 통항 금지 무효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무해통항권은 선박이 연안국의 평화와 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 해당 영해를 통항할 수 있는 국제법상 권리를 말한다.
반면 정부는 '허가를 거부할 경우 타당한 이유를 밝혀 통지한다'는 해운합의서 부속합의서 1조 2항을 활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해운합의서를 전면 파기하지 않은 것도 통항 금지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명백히 밝혀진 만큼 허가 거부의 이유로 충분하며, 정전협정에도 위배돼 무해통항권을 주장할 근거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만일 북한 상선들이 제주해협 진입을 시도할 경우 우리 해군은 헬기와 군함 등을 동원해 강제 퇴거에 나서기로 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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