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역사학계가 한목소리를 낸다. 28, 29일 고려대에서 열리는 '제53회 전국역사학대회'에서다. 역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서양사학회 등 국내 주요 역사학회들이 모두 참가하는 역사학계의 최대 행사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식민주의와 식민 책임'이다.
학계 분열 봉합, 한목소리로
이번 대회는 지난해 불거졌던 역사학계의 분열을 치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전국역사학대회는 1958년 시작돼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이지만 지난해에는 역사학회의 독단적 대회 운영을 이유로 한국사연구회와 한국역사연구회가 불참했다. 표면적 이유와 달리 현 정권 출범 후 우편향 역사서인 의 발간, 정부의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방침에 침묵한 역사학회에 대해 진보적 역사학회들이 대회를 보이콧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대회에 불참했던 한국사연구회가 올해 대회를 주관하는 등 갈등을 봉합했다. 대회 기간 중에는 참가 학회들이'일제강점 100주년, 광복 65주년을 맞이하는 역사학계의 공동성명서'(가제)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에는 한일강제병합의 강제성과 무효성을 인정할 것을, 우리 정부에게는 친일 진상 규명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채웅석 한국역사연구회장은 "공동성명을 내기로 합의한 데서 볼 수 있듯 역사학계가 뜻을 함께했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큰 의미"라며 "갈등을 빚었던 대회 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합리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민지배의 성격과 영향 입체적 분석
식민지배의 성격과 영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다양한 논의가 전개된다. 역사학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식민지 시기를 침략과 저항의 틀로만 바라보는 수탈론의 함의를 균형감있게 돌아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를 위해 다른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 인도 등의 식민지사를 고찰하는 등 비교사 연구방법론도 적극 활용한다.
예컨대 '서양 식민주의의 유산'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박지향 서울대 교수는 영국과 인도의 사례를 들어 식민 지배의 성격을 좀 더 섬세하게 들여다볼 것을 주장한다. 박 교수는 1930년대 영국이 인도의 채무국이 된 사실에서 보듯 식민지가 식민본국의 경제 성장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편다. 박 교수는 발제문에서"도식적 원칙론자만이 식민주의는 전적으로 경제 발전을 저해했다거나 반대로 경제 성장을 촉진한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실제 역사는 그러한 주장보다 훨씬 복잡하며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밝혔다.
박진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은 식민지 시기에 대한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분석한다.그는'일제의 식민지배, 유산, 책임과 역사교육'이라는 발제문에서 '과잉민족주의'를 넘어선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현재 우리 역사 교과서가 '한국, 우리 민족, 한국인'등을 혼용하고 '잔인무도, 약탈, 착취' 등 감정적인 표현이 자주 나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용어들은 일제강점기 다양한 삶을 체험했던 민족 내부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기에 부족하다는 논지다. 그는 향후 식민지 시기에 대한 교과서 서술 방향에 대해"민족주의의 재해석, 평화와 인권의 관점, 식민지 근대와 일상사 등을 어떻게 포섭할지 다층다원적 시각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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