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대체 뭐 하는 짓들이지? 기차와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내기를 하거나 댄스스포츠나 봅슬레이 경주에 도전한다. 힘들고 어설프게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내몰다가 끝내 허탈한 웃음을 유발한다.
출연자들은 공정무역을 말하고 고통받는 불우이웃을 돕기도 한다. 무한도전은 예능과 사회적 메시지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의 이종교배에 겁없이 도전해 왔다.
MBC '무한도전'이 29일 방송으로 200회를 맞는다. 200회가 대단한 숫자는 아니다. 10년 넘게 장수한 예능 프로그램도 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미증유의 '예능의 전설'의 탄생에 토를 다는 이는 드물다.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예능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그것을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21세기형 TV 팬덤을 낳았다. 3월 말부터 40일 동안 계속된 MBC 파업 기간엔 무한도전 금단 현상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속출했다. 2005년 4월 다른 프로그램에 속한 코너로 출발한 지 5년, 주말 저녁 TV 속에서 무한도전은 무슨 짓을 벌여온 것일까.
'평균 이하'들의 '프로 정신'
무한도전을 처음 보면 대개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 '저게 대체 뭐 하는 짓들이지?' 톱스타도 아니고 대단한 개인기도 없는 출연자들이 나와 좌충우돌 지지고 볶는다. 기차와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내기를 하거나 경주에 내려가 보물찾기를 하고, 스포츠댄스나 봅슬레이 경주에 도전한다. 매끈하게 해낸 적은 거의 없다. 유재석 박명수 등 출연자들은 힘들고 어설프게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내몰다가 끝내 허탈한 웃음을 유발한다.
리모컨을 든 시청자들의 반응은 둘로 갈린다. "어처구니 없다"며 채널을 돌리거나 쾌감에 전율을 느끼며 몸부림친다.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인기 드라마의 그것에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무한도전이 만든 캐릭터 상품이 수십억 원어치 팔려나간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 됐든 '리얼'하기 때문에 생긴 반응이다. 더러 출연자들의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될 정도로 무한도전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
이들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회 주어진 과제에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 것이다. 그 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진지하다. 출연자들은 이번 파업 도중에도 출연료를 받지 않고 녹화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무도빠'라는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바로 이 평범한, 어쩌면 남들보다 부족한 이들이 펼쳐 보이는 진짜 도전이다. 팬들은 대단할 것 없는 이들의 망설임과 도전에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고, 그것은 난삽할 정도로 분방한 흐름의 프로그램에 팬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접착제가 돼 왔다.
웃음 속에 박혀 있는 메시지
무한도전의 돌연변이성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에만 있지 않다. 무한도전은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예능과 사회적 메시지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요소의 이종 교배에 겁없이 도전해 왔다. 촛불 집회 때 '미국산 소 쓰러지듯', '뇌용량 1.9메가' 등의 거침없이 정곡을 찌르는 표현을 담는가 하면, 공정무역 커피 브랜드인 'THINK COFFEE'를 이슈로 만들기도 했다. 또 불경기에 고통 받는 개인사업자를 돕는 내용을 도전 과제로 내세웠다. 프로그램의 전매 특허인 톡톡 튀는 자막을 통해 가려운 곳을 긁는 풍자도 시도했다.
무한도전의 도전은 TV 밖에서도 이어진다. 무한도전은 2008년부터 달력을 제작해 판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지난해 7월엔 '강변북로 가요제'를 개최해 음원 판매 수익금을 거기에 보탰다. 29일 방송될 200회 무한도전은 퀴즈 프로그램 '퀴즈가 좋다'를 패러디한 '기부가 좋다'로 꾸려진다. 출연자들이 단계별로 퀴즈를 풀 때마다 상금 대신 기부금이 적립되는 형식이다.
이런 도전들이 '귀신의 집에서 소리 안 지르기' 같은 도전처럼 계속 팬들의 환호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무한도전은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는 않을 듯하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