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로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30대 재중동포가 아버지가 숨진 사실을 모르고 "위독한 아버지를 보겠다"며 탈주했다 4시간 반 만에 붙잡혔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19일 사망해 장례를 치른 뒤였다.
24일 대전교도소와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5분께 대전 유성구 대정동 대전교도소 구외 4공장(교도소 밖)에서 작업하던 최모(33)씨가 철조망을 넘어 인근 산으로 도주했다. 최씨는 오전 7시30분께부터 시작된 작업 중 식수를 배급받기 위해 동료 수형자와 이동하다 그를 밀치고 달아났다. 당시 공장에는 30여명의 수형자가 노역을 하고 있었고 감독관 1명이 이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수형자복 차림으로 탈출한 최씨는 상의를 버리고 택시를 잡은 후 택시기사 휴대폰으로 국내에 사는 누나와 통화를 하던 중 아버지 사망 사실을 알고 유골이 안치된 경기 파주시로 향했다.
최씨는 최근 면회 온 가족들로부터"아버지가 위독하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듣고 탈주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수감 거실에 A4용지 2쪽 분량으로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면 평생 한이 될 것 같다. 아버지 이름을 걸고 내일 낮 12시까지 돌아오겠다'는 글을 남겼다.
교도소 관계자는"최씨가 숨진 아버지로부터 무척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비교적 모범적 수형 생활을 해 왔고 이날 아침까지도 별다른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도소와 경찰은 최씨 탈주 후 연고지에 수사관을 급파하고 행적을 추적한 끝에 아버지 묘소에 갔다는 사실을 확인, 현장에서 오후 1시15분께 검거했다.
최씨는 2000년 12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자신을 때리는 행인을 살해하고 일본으로 도주했다 현지 경찰에 붙잡혀 신병인도된 뒤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2005년 2월부터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